권성동 “사법독립성 지킨다더니”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본인 임명 동의안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을 앞두고 판사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찬성표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대법원장 청문회준비팀은 법원행정처 전·현직 판사들에게 출신 지역이나 학연이 겹치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들을 전담해 인준안 찬성 로비를 벌이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지연, 학연 등을 분석한 접촉 리스트도 만들었고, 청문회준비팀은 김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관련 자료가 저장된 법원행정처 PC 하드디스크를 강한 자력으로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디가우징’(Degaussing)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대법원장 임명 당시 국회 법사위 위원장이었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그때 당시 이민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통화로 ‘괜찮은 사람이고 사법 독립성도 지키겠다고 하니 찬성을 해달라’는 식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법사위원이었던 정갑윤 전 의원도 통화에서 “법원행정처가 학연·지연 등 인맥을 다 동원해 야당 의원들과 만나고 통화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른정당 법사위원이었던 오신환 전 의원 또한 통화에서 “김 대법원장에 대해 당시 편향성 논란이 있었는데 법조계 외에도 여기저기서 찬성 표결해달라고 하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표결 결과는 찬성 160표·반대 134표·기권 1표·무효 3표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당에서 ‘이탈표’가 최소 30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법조인들은 이에 대해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대검찰청이 판사 사찰 문건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됐다”며 “정작 삼권 분립의 핵심인 사법부 판사들이 야당 의원 개인신상을 취합해 로비활동을 벌인 것이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는 범죄행위로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완·이희권·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