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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결혼 4년 만에 이혼한 30대 직장 여성입니다. 이혼 후 반년이 돼 가지만 후회가 큽니다. 자꾸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뭐랄까요? 커다란 흠이 생긴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이혼 사실을 숨기고 자꾸 둘러댑니다. 친구들도 잘 만나지 않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저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 싫습니다. 노력할 만큼 해보고 헤어졌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합치자고 해야 할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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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상실 인정하고 스스로 보듬으면 새 삶 열릴 것
▶▶ 솔루션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처럼 이혼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재결합을 생각하시는데, 그사이 이혼의 사유가 해소됐을까요? 그게 아니라 이혼 후 생활이 힘들어서라면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세상일은 늘 우리 예상보다 힘듭니다. 결혼 생활이 예상보다 힘든 것처럼, 이혼 후 생활도 그렇습니다. 위기의 부부를 상담해보면 고통의 바닥은 이혼 후에 찾아옵니다. 한동안 불행감, 후회와 자책감, 외로움, 낮은 자존감 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인기피 증상도 흔하고요. 이는 이혼이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말해준다기보다, 그만큼 이혼이 큰 상실임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바닥을 치고 나아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지금은 잘 믿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깊은 골짜기 속에서는 봉우리가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다만 사람에 따라 바닥에 머무는 시간은 다릅니다. 특히, 이혼을 인생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 시간이 길어집니다. 이혼이 인생의 실패라면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인생의 성공일까요? 이혼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인생의 상실입니다. 삶을 나무로 비유한다면 이혼은 큰 가지가 부러진 셈입니다. 그러나 뿌리가 뽑힌 게 아니기에 새로운 방향으로 또 다른 가지가 자라납니다. 이혼도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새롭게 삶이 뻗어갑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개인의 결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독신에 대해 과거에는 뭔가 문제가 있어서라고 봤지만, 지금은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것처럼 이혼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혼은 실패이고 끝까지 가는 결혼만이 좋은 것이라고 세뇌됐지만 자신을 망가뜨리면서까지 고통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떻게 좋은 일이겠습니까!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었다면 이혼은 죽어가는 자신의 삶을 살리려는 능동적 결정입니다. 닫힌 문 앞에 서 있기보다 새 문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오뚝이처럼 훌훌 털고 일어나라는 것은 아닙니다. 새 문이 바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천천히 자신을 보듬고 나아가다 보면 새 문이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상실을 받아들일 힘이 있다는 것을!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