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경화, 눈부신 사랑, 100×62㎝, 유화, 2020

내일은 24절기의 시작 입춘이다. 다른 해보다 올해는 하루가 당겨졌다. 봄기운은 맛보기처럼 잠시 왔다 갈 뿐, 영하의 동장군이 아직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때쯤이면 한려수도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꽃 소식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쳐주지는 않지만, 영춘(迎春)의 풍류에서 동백이 빠질 수 없다.

동백꽃은 세 번의 삶을 산다. 첫 생애는 나뭇잎들의 호종을 받으며 화려하고 열정적인 삶을 누린다. 두 번째는 낙화 후 땅 위에서 또 한 번 생이 열린다. 꽃무릇처럼 잎도 없이 대지를 붉게 장식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 가슴에 간직되는 것이다. 잿빛 세상에서 우리가 정열을 잃지 않고 노래하는 것도 그들이 있어서다.

이경화의 화면에서 보듯 눈밭 위에 떨어져 펼쳐지는 그것의 환영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낙화가 더 아름다운 꽃은 동백뿐이다. ‘지고지순의 사랑’을 일컫는 꽃말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동백은 입춘 축을 대신하는 꽃이기도 하다. 동백 이미지를 곁들여 손수 쓴 입춘첩, 요즘은 어디에 붙여야 할까.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