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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경영일선 몸담아, 실리콘에서 첨단소재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 일궈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정상영(사진) KCC 명예회장이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1936년 강원도 통천 출생인 고인은 한국 재계에서 창업주로는 드물게 60여 년 경영일선에 몸담는 등 국내 기업인 가운데 가장 오래 경영 일선을 지켰다.

고인은 22살 때인 1958년 8월 ‘금강스레트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창업에 나섰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유학을 권유했지만, 그 뒷바라지를 마다하고 오롯이 스스로 자립하는 길을 택했다. ‘안으로 튼튼한 회사로 키우고, 밖으로는 산업보국을 실천한다’는 고인의 창업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 KCC가 안정과 변화를 양대 축으로 삼아 시대에 부응하는 확장을 이뤄내는 데에 이바지하고 있다.

1974년에는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 사업에 진출했다.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현재 KCC건설인 ‘금강종합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했고 2005년에 금강고려화학㈜을 ‘㈜KCC’로 사명을 변경해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으로 키워냈다.

고인은 지난해 11월까지 매일 출근할 정도로 창립 이후 60년간 업(業)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특히, 산업보국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현장을 중시했던 경영자였다. 건축, 산업자재 국산화를 위해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막대한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둬 기술국산화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앞장서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 성공했으며, 반도체용 접착제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에도 힘을 보탰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도료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도료 기술 발전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지난 2003년부터는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이었던 고인은 미래 인재 육성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동국대, 울산대 등에 사재 수 백억 원을 기꺼이 쾌척하는 등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탰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3남이 있다. KCC 측은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하게 사양하고,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