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총선 끝나자 사퇴 발표
박원순 피해자, 되레 고발 당해

정의당의 단호하고 신속한 처리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다룬 더불어민주당 모습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26일 정치권에서 나온다.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4월 15일) 전에 발생했으나, 사건 공개는 총선 이후에 이뤄져 선거 악영향을 감안해 일부러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시장 사건에서는 민주당 측에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행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났고, 피해자가 원하는 진정한 사과도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오 전 시장이 부산시청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한 사건은 지난해 4월 7일 발생했다. 오 전 시장은 같은 달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사건 발생부터 공개까지 시간이 벌어진 것은 21대 총선 때문이다. 오 전 시장 측에서 총선에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총선 이후에 시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진실 규명이나 피해 회복보다는 정치적 유불리부터 따졌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오 전 시장이 사퇴한 후 성추행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출신인 오 전 시장 보좌진이 청와대와 협의해 사건 처리를 주도했다는 소문이 계속 돌았다. 이에 대해 윤호중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은 “4·15총선 전에는 물론이고, (기자회견을 한) 오늘 아침까지도 전혀 몰랐다. 당과 상의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사건에서는 민주당 인사들이 가해자인 박 전 시장을 감싸는 듯한 행동이 계속 반복됐다.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피해자가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 게 대표적이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미흡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은 올해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시장 사건 당시 서울시 젠더 특보에게 피소 가능성을 알렸다는 의혹을 받은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인권위원회가 성희롱이라고 결정하자 26일 사과문을 냈으나 의혹은 계속 부인했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남 의원은 지난해 7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낸 대국민 사과문에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고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