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수사 진행땐 2차 가해 우려”
시민단체, 강제추행혐의로 고발

경찰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 종결한 데 이어 정의당의 김종철 전 대표의 ‘국회의원 성추행’ 사건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경찰은 김 전 대표의 성추행에 대해서 피해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 진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게) 수사를 진행하게 되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장 의원이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일단 수사에 착수해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수사와 처벌이 가능했던 성범죄 사건의 ‘친고죄’ 관련 조항이 지난 2013년 폐지됐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변호해 온 이은의 변호사는 “사안이 중하고 피·가해자가 성추행을 인정한 만큼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범죄가 발생한 장소의 CCTV, 목격자 진술 등 주변 정황을 토대로 혐의를 확인할 수 있고, 피해자 의사가 수사 이후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건의 가해자가 현직 정당 대표였던 만큼,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와 별개로 권력형 성범죄 의혹에 대해 진상 규명과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경찰이 권력형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수사는커녕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이날 오전 김 전 대표를 강제 추행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활빈단 관계자는 “이용구(법무부 차관), ‘정인이 사건’과 같은 경찰의 부실수사가 우려된다”면서도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고발장을 받지 않아 경찰에 접수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 29일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피의자인 박 전 시장이 사망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해 부실 수사란 지적을 받았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