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 재발방지 등 요구
“신뢰훼손”-“대안시도” 갈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징역 2년 6월 실형 선고로 마무리된 가운데 해당 재판을 담당해온 정준영(54·사법연수원 20기)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의 ‘사법 적극주의’ 성향을 두고도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법 적극주의란 법 해석과 판결에서 법 문언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적 목표나 사회정의 실현 등을 염두에 둔 적극적 태도를 말한다. 정 부장판사는 파기환송심 재판이 시작되자 돌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적 운영을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겠다고 밝히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 부장판사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문제 삼아 실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결국 재판이 불필요한 개입으로 신뢰를 훼손하게 했다는 반응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는 국민 정서상 형량 협상 제도로 비쳐 재판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시도였다”면서 “우리 실정에 맞느냐를 먼저 따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A 씨는 “법원이 안 해도 될 숙제를 내놓고, 여론과 시류의 영향을 받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재판의 예측 가능성을 뒤흔들었다는 측면에서 자칫 신뢰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아쉬움이 큰 판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긍정적인 시도였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현직 고등법원 판사는 “강요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재판부가 나름대로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정 부장판사 권고를 수용해 설치한 준법감시위를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재구속됐다고 손바닥 뒤집듯 준법감시위를 없애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며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지도 워낙 강한 만큼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준법감시위도 이번 선고 결과로 위상에 타격을 입긴 했지만, 이달 21일로 예정된 정기회의와 26일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와의 모임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희권·장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