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학계·산업계 전문가들
“로드맵·전력계획 먼저 정하고
재생에너지 육성계획만 나열”

에너지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탈(脫)원전 정책 기조로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이 하위 계획인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처럼 변질되는 등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왜그더도그’(Wag the dog) 현상이 난무하며 정책 왜곡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기본은 20년간의 에너지 수요·공급·확보·기술개발 등이 총망라된 국내 에너지 분야 최상위 계획으로 5년마다 발표된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계획은 2019년 6월 확정된 제3차 에너지계획(2019~2040년)이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집권하며 탈원전 정책을 본격화한 지 2년 뒤 나왔다.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 2017년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등 하위 체계가 줄줄이 확정된 뒤다. 3차 에기본은 “재생에너지는 2040년 30~35%까지 확대한다”고 구체적인 비중을 명시했지만, 원전과 석탄에 대해서는 각각 “점진적, 과감한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수준의 내용만 포함했다. 2014년 1월 공개된 2차 에기본(2014~2035년)이 “원전은 2012년 말 기준 26%에서 2035년 29%로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는 11%를 유지한다”는 구체적인 에너지원별 비중을 명시한 것과 대조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기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에너지원 간 비중 등 조정인데 작은 갈래를 미리 만들어놓고 큰 갈래를 이에 짜 맞추려다 보니 3차 계획은 사실상 재생에너지 육성 계획만 나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에기본은 방향성만 제시하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