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화성에 있는 ‘삼성 나노시티 화성 캠퍼스’ 내 부품 연구동에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직접 꾸민 회의실에서 자유롭게 토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 삼성 인재경영

메모리 연구·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사업 위한 핵심인재 영입

승현준 석학 2년만에 사장 승진
글로벌 R&D 15곳·AI센터 총괄
전략 고도화 4차 산업혁명 주도

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 운영
수료생 1623명… 62% 취업률
사내벤처‘C랩’창업생태계 조성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합니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뉴 삼성’ 비전을 발표하면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뉴 삼성을 이끌 시스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평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부회장의 구상은 곧 구체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까지 석·박사 인력 총 1000여 명을 채용했다. 석·박사 인력 채용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반도체 설계와 AI 분야에서 박사급 인력 500명을 채용하면서 회사 연구·개발(R&D)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로 채용을 추진해 석·박사 인재를 대거 영입한 것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사업에서 글로벌 지배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람’이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4월에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반도체·부품(DS) 부문 채용공고를 내고, △차세대 메모리 리더십 강화를 위한 메모리 R&D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확보 위한 설계 및 공정 분야△반도체 생산라인 스마트공장 구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적인 AI 및 소프트웨어 등 여러 분야에서 우수인재를 영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외부 영입 인재 1호인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사장).

글로벌 핵심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6월 관련 분야 세계 최고 석학 중 1명인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임명했다. 승 사장은 2018년 교수직을 겸직하며 삼성리서치의 최고연구과학자(CRS·부사장)로 영입됐는데, 영입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의 주요 부문 R&D를 총괄하게 된 첫 사례다. 승 사장은 한국을 포함해 13개 국가에 위치한 글로벌 15개 R&D센터와 한국,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5개국 7개 지역 글로벌 AI 연구센터 연구를 관장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경쟁력을 확보해 삼성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쟁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승 사장을 통해 미래 핵심 성장동력인 AI 기술력을 강화하고 관련 사업과 전략을 고도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계획”이라며 “연구 역량과 더불어 AI 구현에 핵심적인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인재 경영의 외연은 사회 전반으로 넓혀가고 있다.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삼성이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설립됐다. 삼성이 2018년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청년들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보기술(IT) 교육을 진행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다.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이곳에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만 29세 이하 교육생들에게 하루 8시간씩 총 1600시간 동안 소프트웨어 지식과 실무를 가르친다. 지난해 12월 말 3기까지 수료생 1623명을 배출했는데 이 중 1009명이 취업했다. 3기까지 취업률 62%를 기록한 것이다. 수료생들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LG CNS, 카카오, 신세계아이앤씨, 네이버,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현대카드 등 370여 개 대기업과 금융회사 등에 취업했다.

삼성전자의 인적 자원을 외부로 옮겨 국내 창업 생태계도 두텁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 우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스타트업으로 커갈 수 있도록 2015년 8월부터 사내벤처프로그램 ‘C랩’의 스타트업 독립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에는 경쟁력 있는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를 신설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사내 C랩 프로젝트(C랩 인사이드) 200개와 외부 스타트업 300개 등 총 500개의 프로젝트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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