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이 수장인 경남교육청이 기존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를 면접시험을 통해 무기계약직(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기로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공무직이 되려면 경쟁률이 최고 90 대 1에 달하는 시험을 통과하는데, 이번 결정은 이런 채용 조건을 무시하고 특정 인원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다.

경남교육청은 최근 각급 학교에 방과후 자원봉사자의 처우개선을 통해 전담인력을 운영하는 ‘2021학년도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 처우개선 및 면접시험 계획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공문에 따르면 현재 자원봉사자의 경우 주당 15시간 미만 위촉돼 있지만, 2021년 3월 1일부터는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해 자원봉사자가 아닌 주 40시간 근로자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도내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는 348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다음 달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통해 직무수행 역량을 평가한 뒤 근로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현재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는 하루 3만 원 수준의 실비를 받고 방과후학교 교사의 지원업무만을 수행하고 있지만 새로 채용되는 직위에서는 방과후학교의 교사로 임용돼 교무지원의 업무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형평성 논란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8일 ‘경남교육청 형평성 고려 채용 요청’이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이날 현재 8000여 명 넘게 동참했다. 청원을 올린 수험생은 “경남교육청의 조치는 공무직을 준비 중인 청년의 취업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수백 명의 인원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을 경우 교무행정을 준비 중인 취업 준비생에게 미래의 기회가 돌아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공개채용이라는 제도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편법적인 행정행위를 통해 채용을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교총도 성명을 내 “경남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공정성·형평성·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 졸속행정”이라며 조속히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자격 기준 없이 기존 방과후 자원봉사자만을 대상으로 방과후 교사 및 교무행정업무 담당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교무행정의 전문성과 방과후과정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출신인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그동안의 업무를 해온 역량 등을 고려해서 신분을 전환하는 것이 비정규직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교사의 업무를 줄이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박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