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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희(1924∼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집 안에 묶여 있는 무료한 주말, 무슨 재미난 일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집에서 인절미를 해 먹기로 결심했다. ‘엄마 손맛을 찾고 싶은데 잘 되려나….’

먼저 찹쌀부터 씻어 물에 담갔다가 찜통에 쪄낸 걸 살짝 다져 밥알을 절반만 으깨서 뭉친 걸 콩이랑 검정깨 고물에 묻히니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인절미랑 비스름한 게 맛과 모양이 훌륭하다. 엄마 손맛을 다 흉내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막내딸이 대견하다고 이 모습을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도 응원을 해주실 것 같다. 갑자기 엄마가 많이 보고 싶다.

그 옛날 우리 집에 쑥 향기가 퍼지는 날이면 떡을 먹는 날이었다. 쑥을 푹 삶아 체에 내려 꼭 짜고 찹쌀을 뒷마당 수돗가에다 푹 담가 불렸다가 큰 지복솥에 나뭇가지를 올리고 베 보자기를 깔아 쌀을 넣는다. 장작불을 지펴 고두밥을 쪄내어 떡 치는 큰 바윗돌 위에 올려놓으면 하얀 쌀밥은 알알이 윤기가 돌았다. 떡 치는 건 힘 좋은 남자들 몫이었는데 아버지는 일찍이 하늘나라에 계셔서 아랫집 사시는 작은 아버지가 늘 올라오셔서 해주셨다. 엄마랑 작은 엄마는 하얀 광목 앞치마를 두르시고 머리엔 수건을 쓰시고는 떡 덩어리를 사이에 두시고 앉아 떡메가 올라갈 때마다 손에 물을 묻혀가며 떡 덩어리를 바로 잡으시면 떡메가 또 내려와 쿵~쿵~쿵~!!!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쌀밥이 떡으로 변해갔다. 떡 덩어리를 큰 국수판 위로 옮겨 모양을 잡아 콩고물을 묻혀가며 뚝뚝 썰어 둥글고 큰 상에 올려놓으면 작은집 식구들까지 모여 떡 잔치로 신이 났었다.

언니들이 공부하러 춘천으로 다 떠나고 고향 집에 엄마랑 둘이 살 때는 떡 좋아하는 막내딸을 위해 더 자주 해주셨다. 생일이라고 해주시고, 공부하느라 애쓴다고, 감기 걸려 아프다고, 입맛 없어 밥을 못 먹는다고, 눈 온다고, 심심해한다고… 그렇게 떡을 만들어 주신 날이 많았다. 막내딸에게 모든 걸 다 해 주셨는데….

그 맛을 나이가 들어도 잊을 수가 없다. 떡을 한 알 들고 입에 넣는 순간 떡 맛을 느끼기도 전에 콩고물의 고소함이 입안에 확 퍼졌다. 떡의 쫀득함과 입안에서 씹을 때마다 밥알이 하나씩 알알이 돌며 떡과 어우러지는 오묘한 식감은 엄마 손맛이 아니고는 느낄 수 없는 우리 엄마표 인절미였다. 이제는 그렇게 정성스러운 엄마 모습도, 손맛도 느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떡을 앞에 놓고 보니 목이 메게 엄마가 그리워진다. 이 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떡 그릇만 멍하니 바라본다. 막내딸이 만든 인절미 한 조각 맛보여 드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내딸 정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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