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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우리 편만 무조건 옳다’는 문재인 정권의 행태를 꾸짖기 위해 교수들이 새로 만든 한자 조어(造語)다. 아시타비는 단순한 내로남불 비판이 아니라, 헌법을 무시하고, 불법·위법·탈법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며, 정략을 위해 국민을 분열시켜 대한민국 공동체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한 문 정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아시타비는 ‘교수신문’의 설문에 참여한 교수 906명 중 32%의 지지를 얻어 1위가 됐지만, 순위에 오른 다른 사자성어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2위 후안무치(厚顔無恥).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름. 조국·윤미향·추미애와 추종 검사들·변창흠 등을 떠올리게 한다. 3위 격화소양(隔靴搔痒). 신발 신고 가려운 발 긁는다. 서울에만 매년 수만 채의 새 아파트 수요가 발생하는데, 공공임대·호텔 개조 원룸을 찔끔 공급한다는 부동산 정책을 꼬집은 것 같다. 마차가 말을 끌도록 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 비핵화의 뜻도 모르고 하는 비핵화 협상 등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4위 첩첩산중(疊疊山中). 여러 산이 겹친 것 같은 위기. 불운이 한꺼번에 온다는 화불단행(禍不單行)과 같은 의미다. 북핵 협상 실패·국제 ‘왕따’·경제 활력 저하·부동산 폭등·코로나19 창궐·권력 내분·인사 참사…, 더 큰 위기는 문 정권이 이런 위기를 헤쳐나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6위 중구삭금(衆口삭金). ‘뭇 간신의 입이 쇠를 녹이나니’. 누군가 증거 인멸을 보전이라 우기면, 추종 무리가 일제히 입을 열어 사슴을 말로 둔갑시키려는 것.

교수들이 뽑은 올해 6개의 사자성어 가운데 유일하게 희망을 담은 것이 5위 천학지어(泉후之魚)다.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을 뜻한다. 대개 상유이말(相濡以沫)을 붙여서 쓴다. 마른 샘의 물고기들이 서로 거품을 적셔주며 살아남는 것. 이념·세대·계층·지역으로 찢어져 갈등하는 우리 사회에 서로 돕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치는 메시지다. 천학지어의 세상이 오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것. 2021년도 교수들이 뽑는 사자성어는 시시비비(是是非非)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