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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화(1958∼2018)

바람 끝의 매서운 기운이 강한 한겨울이지만 때때로 뜨락에 내려앉는 고운 햇살에 엄마 품 같은 고향 모습이 떠오르고, 먼 하늘 흰 구름 무심하게 둥둥 떠오는 모습을 보면 멀리 살고 있는 형제자매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우리 6남매 중 벌써 셋이나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중에서도 2년 전에 내 곁을 떠나간 남동생이 유독 생각나는 한겨울이다. 시간 가면 잊힐 줄 알았는데 갈수록 보고픈 생각만 또록또록 선명하다.

동생이 후두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한다는 연락에 깜짝 놀랐다. 암에 걸리는 일이야 주변에서 많이 봐온 것이었지만 막상 형제가 암에 걸렸다니 참으로 암담한 마음이었다. 투병 생활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병세는 나아질 기미가 없고 희망은 점점 사그라져 가니 그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동생은 고향 삼척에 가서 요양이라도 할 셈으로 낡은 옛집을 고쳐 사람 살 만하게 해놓고 투병생활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 고생만 하다가 이제야 좀 편하게 살려고 했는데, 억울해서라도 벌어놓은 돈 다 쓰고 가겠다”고 말하던 동생을 보곤 ‘그만큼 삶에 대한 애착이 있으니 저러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그 힘든 투병생활을 잘 이겨낼 것이라 이 누나는 믿었다. 삼척과 본거지 부산을 오가며 하는 투병생활이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라 짐작하면서도 그렇게 별 탈 없이 투병 생활을 잘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고 나니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어찌 그리 허무하게 삶의 끈을 놓아버린 것인지….

우리 모두가 어렸을 적 한집에 홀어머니 모시고 살 때가 문득 그리워진다. 고단한 소몰이, 밭갈이하고 나무도 한 후 저녁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려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없이 밥 먹던 기억과 동생에게 한술이라도 더 먹이려고 이 누나는 짐짓 배고프지 않은 척했더랬지. 힘든 날들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행복한 시절이었구나. 이제는 늦어버린 일이지만 동생이 옆에 있다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다정하게 지내볼 텐데, 왜 사람은 항상 뒤늦게 후회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동생 마지막 가는 장례식에도 함께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가서 “고생했다고” “이제 편히 쉬라”고 명복을 빌어 주고 싶었는데 누나도 이제 나이를 좀 먹다 보니 몸이 여기저기 많이 탈이 나 어디 멀리 다녀올 처지가 못 되는구나. 특히 심장판막 수술까지 받고 보니 먼 길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

만약 사람들이 말하는 ‘사후세계’가 있다면 동생은 하늘나라에서 부모님을 뵙고 먼저 간 누나와 동생을 만나 즐겁게 지내고 있을 테지. 그립고 보고 싶은 동생아, 우리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길 바란다.

누나 김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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