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5부 요인 불러모은 文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박병석 국회의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 삼권분립 훼손

文대통령, 5부 요인과 간담회
尹징계 심문 앞둬 부적절 지적
국회의장·국무총리 동조 발언
대법원장·헌재소장은 무응답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 집행정지 심문을 세 시간여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부 수장 앞에서 권력기관 개혁에 힘을 모아달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법조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 출신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는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고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대법관)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은 2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데 대통령이 5부 요인을 불러 권력기관 개혁 이야기를 한 것은 민주주의 원칙, 삼권 분립의 원칙을 망가뜨리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오전 문 대통령은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요즘 권력기관 개혁 문제로 여러 가지 갈등이 많다”며 “헌법 정신에 입각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 윤 총장 징계를 둘러싼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문 대통령은 “당장은 그로 인한 갈등들이 있고, 그것을 또 우리의 완전한 제도로 정착시키면서 발전시켜나가야 되는 그런 과제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그 점에 대해서도 헌법기관장님들께서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장 이날 오후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심문이 예정돼 있는데 피고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라 해도 사실상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대립 구도로 정치권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23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헌재에는 공수처와 검사징계법 관련 위헌 심판이 진행 중이다. 여권에서는 구체적인 재판에 대한 관여나 편들기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공정성을 스스로 해치는 것을 넘어 삼권분립의 원칙 자체를 훼손시킨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법부의 협조를 대놓고 요구하는데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은 별다른 언급 없이 ‘좋은 말’만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기본이 무너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