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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정원

지난 몇 주간은 수목원의 겨울 정원 전시 준비를 위해 포인세티아, 시클라멘 같은 겨울꽃들을 온실 화단에 심고, 구상나무에 갖가지 자연 소재와 예쁜 장식물을 매달아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많이 지치고 힘든 시기에 조심스럽게 수목원 정원에 오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따뜻한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화사한 겨울꽃들로 활력 넘치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 우리 가드너의 몫이다. 꽃은 늘 사람들의 곁에서 말없이 치유와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해왔기에 지금도 그 고마운 마법의 힘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겨울 정원 전시를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리며 또 다음 시즌을 위해 여러 책과 잡지를 펼친다. 가드너는 문학, 예술, 건축, 역사, 심지어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분야로부터 영감을 찾는다. 특히 정원의 특별한 색감과 조형미를 위해 훌륭한 미술 작품을 많이 감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정원을 좋아했던 위대한 화가들의 시선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을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원천이다.

꽃과 정원을 그린 화가들이 캔버스에 담고자 한 건 무엇이었을까? 재키 베넷의 ‘화가들의 정원’(샘터)은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을 넘어, 위대한 작품들 이면에 정원을 매개로 자신의 삶과 가족, 연인을 사랑했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인을 위해 신비롭고 성스러운 숲속에 공간을 마련하고 바람 소리까지 고려한 정원을 만든 달리, 그리고 가족들의 휴식 공간이자 작품 활동을 위한 영감의 원천으로 정원을 가꿨던 소로야와 르누아르는 작품 세계뿐 아니라 삶 자체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어떤 화가들은 고통스럽고 힘든 상황에서 더욱더 정원에 은둔하며 정원 속 식물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칼로는 불의의 사고로 평생 고통과 마주하면서 건강이 악화할수록 집 정원에 핀 부겐빌레아와 시계꽃 같은 자연의 강렬한 색에 더욱더 의존했다. 색의 대가인 에밀 놀데는 “활짝 핀 향기로운 꽃 속에 앉아 있거나 그 사이를 거니는 시간은 너무도 고요하고 아름답다”고 했으며, 그의 이름을 딴 샛노란 장미 품종이 있을 정도로 선명한 색깔의 꽃들을 사랑했다. 기억 속의 빛과 색을 되살려 인상적이고 신비로운 정원의 모습을 그려낸 모네는 양귀비와 글라디올러스, 작약처럼 키가 크고 풍성한 꽃들을 직접 골라 심고,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수련이 자라는 연못 정원도 늘 최상의 상태로 관리했던 진짜 가드너였다.

정원 문화를 확산하는 데 이러한 화가들이 큰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화가들은 각자 자신이 처한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정원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고 세상 사람들에게 시대를 초월하는 삶의 의미와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을 남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원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새로운 예술가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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