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 집만 ‘럭셔리 임대주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문한 경기 화성시 영천동의 행복주택(공공임대주택) 복층형인 전용 44㎡의 내부 모습. LH측은 이날 행사를 위해 650만 원을 들여 침대, 식탁, 벽걸이 그림 등을 설치하고 4290만 원 상당의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창섭 기자

‘집값 패닉’ 몰아넣은 文정부
‘임대주택 띄우기’ 억대 홍보

“전셋값 올라 오갈데 없는데
대통령 행사 수억혈세 웬말”

문재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행사에 수억 원의 예산이 지출되면서 정부가 수요자와 시장이 외면하는 임대주택을 띄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공공주택 쇼’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집값은 연일 치솟고 있는데, 정부는 임대주택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건설 전문가들은 수요자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 대책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불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은혜(국민의힘) 의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행사에 과도한 혈세가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이날 행사에 총 4억5000여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가구 구입 등의 비용으로 650만 원, 인테리어 비용 4290만 원 등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비용이 해당 가구의 크기에 비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3.3㎡당 100만 원가량의 인테리어 비용을 책정한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가구가 전용 41㎡(12평)와 전용 44㎡(13평)인 점을 고려하면 3000만 원가량이면 인테리어가 가능한 셈이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아파트가 100만 원 정도고 신축은 덜 드는 점을 감안하면 옵션식으로 여러 공사를 추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입주 시 도배와 장판만 돼 있지만 이번 대통령 행사에 맞춰 TV, 식탁, 침대, 벽걸이용 그림 등을 구매하면서 6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특히 행사 진행비에만 4억1000만 원이 책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비용에는 행사 진행자 섭외와 무대설치, 유튜브 방송 인력 등의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어린이집 앞에 100인치 TV를 설치하는 등 ‘쇼’를 위한 비용 상당수가 포함됐다. LH 관계자는 “세부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일부 행사 등이 취소돼 실제 집행액은 책정액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늑하고 아주 아기자기” “신혼부부 중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고 극찬한 문 대통령과 달리 해당 임대 주택의 공실이 넘치고 곰팡이와 누수, 엘리베이터 소음 등 부실공사로 주민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런 점이 알려지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그 돈이면 임대주택 몇 개를 더 지을 듯” “임대 사는 우리 집이랑 너무 다르다” “대통령이 퇴임하고 거주하면 될 것” “대통령 온다고 새벽에 드릴 소리 참아야 한 주민들은 무슨 잘못”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 당장 전셋값이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수억 원의 돈을 행사에 쓰는 게 납득할 수 없다는 분노의 글도 여럿 눈에 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해야 현재 부동산 불안이 진정되는데 저소득층을 위해 고안된 임대주택으론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