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월 대구 동부고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애쓰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대구사회복지관 캠페인에 학생 800여명 참여

청소년들 “사회 기여하고 싶어”
보건소·소방서에 감사 메시지
마스크 끈·손거울 선물도 담아

편지 받아든 구급대원들 “큰 힘”
어르신 200명에겐 효자손 전달

“의료진이라고 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선물이지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3일 대구 동구 대구동구보건소와 대구소방안전본부에는 손으로 정성스럽게 눌러쓴 손편지 꾸러미가 배달됐다. 편지가 담긴 박스 안에는 마스크 끈과 손거울 등의 선물도 가득했다. 선물 상자를 전달한 주인공들은 대구 동구 지역 아동·청소년 800여 명. 이들이 의료진과 방역관계자들을 응원하고자 직접 마스크 끈을 만들고, 응원 문구를 제작해 손거울에 붙이는 등 다 같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번져 나가며 감염병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 지역은 올해 초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지역사회 전체가 감염병의 고통에 놓인 바 있다. 대구 동구 동부고 2학년 이수현 학생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모든 일상생활이 바뀌었다”며 “등교가 중지돼 모의고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데다 축제나 현장체험학습과 같은 교내 행사까지 전면 취소된 탓에 책상 간 거리를 띄워 앉은 교실에는 삭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구종합사회복지관 참여권증진프로그램 ‘우리가 그린(green) 세상’에 참가하고 있던 청소년 20명은 침체된 지역사회에 훈풍을 불어넣고,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오늘도 고마운 그대’ 릴레이 캠페인 진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릴레이 캠페인 웹포스터를 게재했는데, 인근 학교 5곳에서 8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대구동구보건소와 대구소방안전본부에 편지와 선물을 전달한 것도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일 대구 동구 대구동부소방서 직원들이 학생들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응원 선물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학생들로부터 ‘당신은 우리들의 영웅’이란 문구가 붙은 손거울을 받아든 대구동부소방서의 심춘섭 소방행정과장은 “현장의 구급대원들에게 더할 수 없이 큰 힘이 됐고, 앞으로도 청소년을 비롯한 우리 시민들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감사를 표현했다.

대구종합사회복지관 참여권증진프로그램은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참여권을 실현하고, 아동이 자신을 둘러싼 지역사회 이슈에 참여해보는 경험을 통해 의사결정 참여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대구종합사회복지관의 참여권증진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일지 다양한 고민을 했다.

청소년들은 ‘오늘도 고마운 그대’ 릴레이 캠페인 외에도 동구지역 요양원(크로바, 효사랑, 진명해안노인복지센터) 어르신 200여 명에게 효자손과 안부편지를 전했다.

청소년들은 ‘아이들이 묻고 어른들이 답하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는 영상 기획물도 준비 중이다. 교육관계자부터 정치인까지 각계 분야의 의무이행자들이 현재 코로나19 상황과 미래,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 묻고 답하는 기획물이다. 이광문 대구종합사회복지관장은 “재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시기에도 아동·청소년들이 사회적 의제를 고민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기획한 영상 콘텐츠는 12월 중 온라인상에 공개될 예정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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