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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지속가능기업 리스트 발표
소니 1위… 미래 기후변화 고민

2위 필립스, 의료기기 재판매
제품 수명 늘리고 가격은 낮춰

EU, 비재무 성과보고서 의무화
인권·반부패·뇌물 정보도 포함
전문가 “기업들 핵심 산업 조정
지속가능한 경영에 초점 맞춰”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소니가 만든 신형 로봇 강아지가 인간의 손짓에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AP

글로벌 항공·해운·관광·유통 산업의 일부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아 파산 도미노가 이어진 가운데 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글로벌 지속가능기업 리스트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속가능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사업 모델, 혁신, 외적 이슈, 제품, 직원 및 고용, 환경 등 다양한 지속가능성 지표를 만들어 평가했다”며 “기업 평가는 장기적 주주 가치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리더십과 지배구조까지 넓은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평가했다”고 전했다.

주요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미·중 무역 갈등과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시 강화될 환경 규제 등을 대비하면서 지속가능경영에 필요한 ‘등대’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소니·필립스, 지속가능기업 선두=WSJ가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 100대 기업’에 따르면 소니는 전 세계 5500여 개 상장 기업 중 1위에 올랐다. 지속가능 100대 기업은 각 기업의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환경, 사업 모델·혁신 정도를 종합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선정했다. 소니는 사업모델·혁신 부문 7위, 인적 자본 13위, 사회적 자본 20위, 환경 부문 74위에 오르면서 100점 만점에 78.8점을 받았다. 소니의 핵심 전략은 단지 회사 자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글로벌 환경, 국가 규제 등 위험요소에 대한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郞) 소니 대표는 “지구와 사회가 건강한 상태로 지속 가능해야만 소니도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위를 차지한 네덜란드 헬스테크 기업인 필립스의 프란스 반 하우튼 대표도 “사회적 책임을 갖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경영하는 기업은 더 높은 이익을 거두면서도 불상사를 겪거나 구설에 휘말리는 일이 적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값비싼 진단 장비와 기구를 포함한 거의 모든 의료기기를 거둬 재판매한다. 이 프로그램은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춘 것으로 1990년대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필립스는 지속가능성 평가의 ‘사회적 자본’ 항목에서 중요한 요소인 고객 접근성과 적정한 가격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일례로 병원은 필립스 영상 장비의 도움으로 환자의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을 복원해 다리를 치료할 수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필립스의 새 제품이 200만 달러(약 23억 원)이지만, 저렴한 재활용품을 구매해 병원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실질적 경영지표 굳혀=지속가능경영에 대한 화두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필요와 경제적 효용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언적 의미가 강했다면 이제 실질적인 경영지표로서 지속가능이 경영목표와 활동 전반에 접목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유럽연합(EU) 내 종업원 500명 이상 기업은 비재무 성과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는 물론 인권, 반부패, 뇌물 등에 관한 정보도 포함하는 등 가장 높은 수준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EU 외에도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나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인도는 신회사법에 따라 자국 내에서 경영하는 기업 가운데 매출 1700억 원 이상, 자산 850억 원 이상, 순이익 8억5000만 원 이상 중 한 가지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3년 평균 순이익의 최소 2%를 CSR 활동에 지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유엔은 최근 발표한 ‘유엔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UN SDGBI)’ 글로벌 리스트를 발표했다. 올해 KT는 테슬라(IT), 아디다스(스포츠), 구찌·발렌시아가·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패션), 화이자(제약), 알파벳(IT), H&M(의류), 블랙록(금융) 등 7개 사와 함께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공동 1위 그룹에 선정됐다. 이들 기업은 친환경, 기후변화 대응 등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및 사회공헌 활동 지향 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기업 리스트는 사회, 환경, 경제, 제도 등 4개 분야 12개 항목, 48개 지표로 분석한 결과다. 세계 2000개 기업을 분석해 300곳을 선정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각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풀고,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기업들이 핵심 산업군을 조정하는 등 지속가능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