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영도초에서 ‘인공지능(AI)’ 전문 교사들이 ‘AI 수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中) 기술과 교육의 만남 ‘에듀테크’

‘AI시범학교’전국 247곳 선정
내년부터 초등 3학년 시작으로
인공지능 학습관리시스템 도입
영어 이어 수학 플랫폼도 구축
학력증진·사교육비 절감 효과

기초원리·활용·프로그래밍 등
2025년부터 정규 과정에 포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요즘은 어딜 가나 마스크를 써야 하잖아요. 식당이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싸움이 났다는 뉴스를 보면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얼굴을 대면 자동으로 열을 측정하는 열화상 카메라처럼, 마스크 착용 여부를 얼굴을 보고 자동으로 인식하는 ‘마스크 카메라’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요? 마스크 착용을 안 했을 경우 ‘마스크를 써주세요’라는 말도 나오게 프로그램을 짜보려고 합니다.”

마스크 착용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카메라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 토론에 한창인 학생들. 어느 유수 대학 실험실 연구자들의 대화인가 싶다. 하지만 이는 서울 양천구 목동 영도초 5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나누는 이야기다. 학생들은 이 학교 과학담당 이영호 교사의 지도 아래 본인이 만들고 싶은 AI 모델 개발에 나섰다. 이들은 초등학생도 쉽게 쓸 수 있는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 도구를 사용했다. ‘마스크 착용 자동 인식’과 같은 사회적 현안에 대한 고민부터 ‘친구 표정을 읽고 감정을 분석하라’와 같은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까지 다양한 착상을 바탕으로 각자의 답을 구하고 있었다.

이런 영도초의 모습은 현재 매우 특별한 교육과정처럼 보이지만, 5년 이내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보게 될 광경이다. 영도초는 올해 정부가 초·중학교에서 처음으로 AI 교육을 시작하면서 선정한 전국 247개교의 ‘AI 시범학교’ 중 한 곳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는 모든 학생이 AI 교육을 받도록 교육 과정 개편 방침을 밝혔다. 고등학교는 당장 내년 2학기부터 진로 선택과목으로 AI 기초, AI 수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업이 보편화되면서 기술과 교육의 만남은 에듀테크(edutech)라는 개념으로 교육현장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교육방법의 대변화는 전통적인 교실·교사 중심 공급자 위주의 교육체제에서 장소와 시간과 내용을 초월한 학습자 주도형 체제로의 전환이 예측된다. 이 과정에서 미래 인재 양성에 대비한 교육 과정의 개편이나 교수학습 평가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에듀테크를 기반한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그려볼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AI 기술은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앞서 언급했듯 관련 기술 교육이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다양한 AI 활용 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는 정부와 민간에서 모두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교육부가 지난 9월 선보인 초등학교 1∼2학년을 위한 AI 활용 수학 학습 프로그램 ‘똑똑! 수학탐험대(수학탐험대)’가 대표적이다. 수학탐험대는 교육과정, 교과서 기반으로 설계한 수학 학습 과제를 학생들이 학습하면 그 결과를 AI로 분석해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수학 문제를 게임 형식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풀 수 있다. 학생들이 게임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 교사들은 학생 개인별 학습 시간과 평가 결과 등을 수집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알아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학습 결손을 예측한 뒤 이를 보완할 콘텐츠도 제공한다. 교육부는 내년 초등 3학년을 시작으로 전체 초등 학년에 단계적으로 AI 학습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AI 활용 학습 프로그램은 개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 기초 학력 증진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AI 기반 영어교육 플랫폼을 구축, 올해는 AI 기반 수학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어나 수학 학습영역에 AI 기술을 도입하면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적 효과가 상승하고 더 나아가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I 활용 학습 프로그램은 교육격차나 정보 접근성 불평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사교육의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교육 시장에서도 앞다퉈 AI를 활용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이는 상황이다.

AI 활용 교육뿐 아니라 AI 교육 그 자체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교육부가 2025년부터는 유·초·중·고 모든 교육과정에 AI 교육을 정식 교육과정으로 전격 편성한 데는 창의력·논리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인재 양성을 키운다는 측면이 강하다. 모든 학생은 AI 기초원리와 활용, 윤리, 프로그래밍을 배울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에듀테크 관련 AI를 이야기할 때 AI 기반 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데 AI 교육 자체도 매우 중요한 시대”라며 “앞으로 AI와 관련된 직업이 많이 생길 텐데 학생들이 AI를 알지 못하고선 진로선택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협업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각종 사회·윤리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차원의 AI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ICT를 활용한 교육이 활성화되면 교육환경과 교수·학습 평가 체제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고교 교육혁신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에듀테크 활용 교육혁신 시범사업에 전국 22개 고등학교가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온라인 공동교육 거점센터’에 대한 구상을 밝혔는데, 거점센터는 거점학교와 공동교육에 참여하는 회원 학교들이 공동시간표를 구성하고 온라인 공동수업을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수업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계에서는 온라인 공동교육 거점센터 모델이 활성화될 경우 향후 교육 당국이 추진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한 ‘고교학점제’가 다양한 온라인 과목을 바탕으로 수월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에듀테크 활용이 내실 있게 될 경우 학생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고, 공교육 내실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