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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엔씨소프트를 모기업으로 하는 프로야구팀 ‘NC 다이노스’가 2020년 첫 통합 챔피언을 차지했다. 기존 산업계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던 게임회사의 야구팀이 삼성·LG·두산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팀을 모조리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신흥 정보기술(IT) 기업 산하의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전통 산업계가 이끌던 야구팀들 속에서 4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손 마사요시(孫正義)가 이끄는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강력한 상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팀을 4연승으로 가볍게 제압, 정상에 섰다. 한·일 야구 모두 IT를 주축으로 하는 기업의 야구팀들이 강세를 보였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NC 다이노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올해의 우승팀답게 선수들 연봉 평균에서도 각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 선수를 제외할 경우 NC는 평균 1억6581만 원으로, 2위인 롯데의 1억6393만 원을 앞섰다. 소프트뱅크 역시 7131만 엔으로, 2위 요미우리의 6107만 엔을 훨씬 뛰어넘었다. 하지만 두 팀의 우승 비결을 단지 연봉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두 팀 모두 IT 기업답게 경기 운영이나 선수 개개인의 관리에 ‘빅데이터’를 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NC는 최근 세이버메트릭스(야구 데이터를 통계학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에 정통한 데이터팀과 선수 출신들로 경기기록이나 영상 분석에 종사하는 전력 분석팀을 통합했다. 통계 전문가들과 선수, 코칭 스태프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토의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머물지 않고 팀 창단 이후 7년간 온갖 야구 관련 자료를 가공한 기초 자료와 해외 리그 사례까지 담은 빅데이터를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소프트뱅크팀도 IT 활용 면에서 NC에 뒤지지 않는다. 자체 연습장과 선수들의 합숙소에는 경기 플레이 영상을 재생하는 장치, 그리고 각종 센서로 선수 동작을 분석하는 시스템 등이 24시간 제공된다. 모회사 IT 부문에서의 인재 공급도 끊이지 않는다.

프로야구도 이제 더 이상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NC 다이노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보듯 빅데이터가 내일의 승리를 보증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