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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작가들의 글값

김은숙 등 1편당 20억 받는 셈
드라마 신인은 회당 1000만원
예능 15년차 150만 ~ 200만원

드라마나 예능을 집필하는 방송 작가들의 글 값은 타 분야에 비해 후한 편이다. 이는 글 자체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유명 스타들이 참여하는 영상 제작의 밑바탕이 되는 동시에, 이런 영상들이 ‘한류’(韓流)를 등에 업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경우 톱 A급으로 분류되는 작가들의 회당 집필료가 1억 원을 돌파했다. 16회를 기준으로 한다면 드라마 1편만으로 20억 원에 육박하는 글 값을 받는 셈이다. ‘도깨비’와 ‘시크릿가든’ 등으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 ‘사랑의 불시착’과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 ‘킹덤’ 시리즈를 성공시킨 김은희 작가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해외에 수출되는 등 각종 부가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까지 받게 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들의 글 값은 단연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신인의 처우는 어떨까?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 등에 편성되는 신인 작가의 대본은 회당 1000만 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드라마가 성공을 거둔다면 그들의 글 값은 단박에 회당 2000만 원 이상으로 수직 상승한다. 한 드라마 외주 제작사 대표는 “한류 스타가 드라마 출연을 검토할 때 작가의 이름값과 1∼4부 대본이 기준이 된다. 방송사 역시 편성을 고민할 때 작가와 출연배우의 면면을 보기 때문에 결국은 인지도 높은 작가를 선호하고 그들에게 많은 집필료를 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집필하는 작가의 글 값도 2000년 이후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연차와 소속에 따른 격차는 상당하다. 일단 방송사 본사에서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속한 막내 작가는 회당 40만∼50만 원 정도를 받고, 외주 제작사 소속은 30만∼40만 원 정도다. 한 달을 4주로 계산한다면 각각 160만∼200만 원, 120만∼160만 원 정도의 박봉이다. 최저 시급으로 계산해 월급 개념으로 주는 곳도 있다.

연차가 쌓이고 담당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그들의 글 값은 크게 뛴다. 경력 15년 차 메인 작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들의 회당 집필료는 150만∼200만 원 수준이다. 한 달로 치면 600만∼800만 원 정도다. 게다가 실력 좋은 메인 작가들은 ‘겹치기’도 가능하다. 전체 기획 후 후배 작가들에게 집필을 맡긴 뒤, 최종 대본을 검토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동시에 2∼3개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 작가들의 글 값이 다른 분야 작가들보다 높다는 것에 대해 “일률적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A 작가는 “방송 작가들의 업무 강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간식을 준비하고 복사하는 잔심부름부터 각 출연진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 녹화 당일 동선을 체크하고 불만을 듣고 이를 해결하는 등 ‘글을 쓴다’는 것 외에 하는 수많은 일에 대한 품삯이 그 글 값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