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은 여권 내에서도 물음표가 많다. 청와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많아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전히 청와대까지 이전해야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은 국회 이전보다 청와대 이전에 더 큰 제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도 세종시 이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에서도 국회 이전에 집중하고 있어 청와대 이전은 결국 중장기적 과제로 남겨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 세종시 내 대통령 집무실 설치 등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25일 “현재 청와대 세종시 이전이나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국회 분원 설치나 국회 이전보다 청와대 이전은 여론의 반발도 더 크고 상징성도 더 큰 만큼 사실상 이전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 청와대, 정부부처 모두가 세종시로 이전해야 서울 및 수도권 과밀현상과 부동산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해 국회는 물론, 청와대까지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장 지난 10월 27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특별자치시지원위원회 회의에서 헌재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을 개헌, 합의 입법 등을 통해 정리한 뒤 국회·청와대 등을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전략이 논의되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 청와대까지 이전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처음 꺼내 든 행정수도 이슈가 완성된다는 기류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헌재의 위헌 결정 자체도 문제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을 무릅쓰고 청와대를 세종시로 보내야 한다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미지수”라며 “당장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열리는 만큼 야권에서 이를 정치 쟁점화할 경우 여권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여권은 지난해 세종시에 대통령 제2 집무실을 만드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설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