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양의지(오른쪽)가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6회 말 1사 1루에서 2점 홈런을 날린 뒤 홈에서 환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NC 안방마님 양의지(33)의 한방이 친정팀 두산에 비수를 꽂았다.

양의지는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0 신한은행 쏠(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투런홈런 한 방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려 NC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NC는 시리즈 전적에서 3승 2패로 리드를 잡았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겼다. 또 NC는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81.8% 확률도 잡았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무승부를 포함해 2승 2패로 맞선 경우는 총 11차례 있었으며, 그중 3승을 선점한 팀은 9차례나 우승했다.

5차전은 양 팀 선발 투수 구창모(NC)와 크리스 플렉센(두산)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NC는 0-0이던 5회 말 1사 2루에서 애런 알테어의 중전 적시타로 0의 균형을 깨뜨렸다.

1점 차 아슬아슬한 리드. 6회 1사 주자 1루, 양의지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양의지는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선발 플렉센의 낮게 떨어지는 5구째 커브를 걷어 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아치로 연결했다. 이 한방으로 팽팽하던 경기 흐름이 단번에 NC 쪽으로 흘렀다. 양의지의 이번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자 가을야구 개인 통산 4호 홈런. 양의지가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친 것은 지난 2016년 두산 소속이던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약 4년 만이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양의지 시리즈’로 불렸다. 양의지는 2006년 두산에 입단했고, 2010년부터 주전 안방 마스크를 쓴 뒤 2018년까지 ‘곰 군단’을 이끌었다. 양의지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1066경기에서 타율 0.299 125홈런 547타점 474득점을 남겼고, 리드와 블로킹 등 수비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과시하며 공·수를 갖춘 KBO리그 최고 포수로 성장했다.

양의지는 가을 무대에서도 강했다. 양의지는 2015년과 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특히 양의지는 NC와 두산이 맞붙은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 타율 0.438(16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을 올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품에 안기도 했다.

그랬던 양의지는 2019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4년 125억 원에 NC와 계약했다. 양의지는 NC 이적 후에도 리그 최고 포수의 명성을 이어갔다. 올해 양의지는 정규리그에서 타율 0.328 33홈런 124타점을 남겼다. 양의지는 역대 포수로는 처음 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고, NC는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아울러 양의지는 두산을 상대로는 타율 0.389 4홈런 17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양의지의 활약을 앞세운 NC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두산에 9승 7패로 리드를 점했다.

양의지는 상대 두산의 ‘경계 대상 1호’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NC 대표선수로 참가한 양의지를 향해 “저놈이 어떤 놈인데, 최선을 다하겠죠. 그래도 옛정이 있으니 알아서 해라”라고 농담을 던지지도 했다. ‘양의지를 경계한다’는 속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양의지는 유니폼을 바꿔 입고 나선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0.357(14타수 5안타)로 두산 마운드를 압박했다. 그리고 5차전에서는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결정타를 날려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양의지는 경기 뒤 “중요한 1승을 챙겼다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준비 잘해서 이길 수 있도록 잘하겠다. 내일(6차전)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전력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마운드에서는 NC 선발 투수 구창모가 펄펄 날았다. 구창모는 두산 타선을 7이닝을 5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개인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챙겼다. 구창모는 5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