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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장출혈 건강 악화 위기 상황
빈 사교계 여왕과 사랑 빠져
고통·환희 교차 시기에 작곡
5번교향곡 4악장 아다지에토
열성적 ‘말러리안’으로 만들어

구스타프 말러는 빈 궁정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였다. 하지만 그의 본령은 작곡에 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이야 ‘말러리안’이길 자처하며 추종하는 열혈팬을 거느린 교향곡 작곡가지만 그의 교향곡들은 당시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말러는 1860년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보헤미아, 지금의 체코 지역인 칼리슈테에서 태어났다. 이후 독일인 거주 지역인 이글라우로 이주했는데 그곳은 군 주둔 지역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말러는 자연스럽게 군가를 접하게 됐고 시장 마당에서는 늘 민요를 듣고 자랐다. 이런 성장 과정 덕분에 그의 작품에서는 민요와 군가풍의 테마가 자주 등장한다. 유태인 집안답게 6세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군가와 민요 수천 곡을 외웠던 그의 열정과 소질 덕에 음악 공부도 병행하게 됐다. 말러의 성장 과정은 우울과 불행이 지배했다. 주조업과 여관을 운영하던 그의 집안은 넉넉한 편이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폭군이었고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면 늘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가여운 어머니의 정신 또한 온전할 수 없었고 불행히도 부모 모두 정신병을 앓게 됐다. 게다가 말러가 15세가 되기도 전에 그의 14남매 중 8명의 형제가 세상을 떠났다. 가정 폭력과 형제들의 죽음. 말러의 음악이 복잡 난해하고, 음악에 우울함과 죽음에 대한 상념이 짙게 깔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으리라.

하지만 염세적인 말러의 작품 중에도 그 어떤 고뇌나 두려움 없이 아름다움만이 가득한 작품이 있다. 제5번 교향곡 중 4악장 ‘아다지에토’다. ‘매우 느리게’라는 뜻으로 전 악장 중 11분으로 가장 짧지만 가장 아름답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말러리안들 중에는 이 작품 ‘아다지에토’ 때문에 말러와 사랑에 빠진 경우가 많다. ‘아다지에토’는 말러가 사랑하는 그의 여인 ‘알마 쉰들러’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자 연애 편지였다. 1901년은 말러에게 고통과 환희가 교차하는 인생의 변곡점과도 같은 시기였다. 말러는 장출혈로 인한 건강 악화로 별장에서 요양해야 할 만큼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빈 사교계의 여왕이자 대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전 연인이었던 ‘쉰들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말러는 이 절망의 시기에 찾아온 운명적 사랑에 대한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을 제4악장 ‘아다지에토’에 녹여냈다. 말러 역시 많은 염문을 뿌리며 당시 빈에서 최고 주가를 올리던 골든 싱글 남이었지만 소문난 여성 편력에 괴팍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말러를 받아줄 여성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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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세나 어린, 교양과 예술적 재능이 넘치는 빈 최고의 여인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선 일을 버리고 항상 내 곁에서 내조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는 말러의 억지에 가까운 요구를 기꺼이 수락한다. 유태인으로 살며 겪었던 차별과 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 형제를 일찍 떠나보낸 말러의 두려움을 쉰들러는 알고 있었다. 말러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해준 그녀를 위해 감사와 기쁨의 음악을 작곡한 것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말러 교향곡 제5번

1902년 작곡돼 1904년 쾰른에서 자신의 지휘로 초연됐다. 더 이상 가곡이나 여타의 성악곡을 쓰지 않은, 또 표제(음악의 내용을 암시하는 제목)를 쓰지 않은 순수 기악곡으로 그의 중기 교향곡 시기의 문을 연 작품이다.

그의 전 교향곡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자 대중적 인기가 높은 교향곡으로, 말러는 이 작품에 대해 “열정적이면서 거칠고, 비극적이고 엄숙하며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단지 음악일 뿐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형이상학적 질문의 자취도 남아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