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가 16일 경기 부천 가톨릭대 미카엘관 자신의 연구실에서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상황과 관련해 “생태 중심적 사고와 에너지 저(低)소비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동훈 기자

■ 우리나라 기후위기 해법은

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 교수
“한국은 대표적인 기후 악당국
정부 ‘그린 뉴딜’ 취지 좋지만
과도한 국가 개입은 문제있어
민간 주도보다 효율성 떨어져”

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16일 “철강, 석유·화학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문화·환경·금융업 등과 같은 에너지 저(低)소비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제10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을 지낸 박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친(親)환경 행동이 아니라 이제는 필(必)환경 행동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에 대해서는 “유럽과 일본처럼 시장경제 체제 중심이 아니라, 과도하게 국가 개입이 이뤄지는 점은 아쉽다”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효율성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혹자는 이미 지구의 기후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한다. 현재 지구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구의 현 상황을 3.5m 높이의 지하차도를 향해 5m 높이의 25t 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에 비유했다. 빠른 속도로 파멸로 가고 있다.”

―올해 폭우로 우리나라의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이미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기후 악당 국가’ 중 하나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법인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대표 농도 경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배출 기준(8.5)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낮은 4.5 기준에서도 기온 상승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한국은 기후변화 관리에서 실패한 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다.”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자동측정장치인 굴뚝자동측정기기(Tele-Monitoring System·TMS)를 부착한 사업장은 10%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강제하지 못하고, 여전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매년 여름철에 전력 요금을 급격히 인하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전력 사용을 부채질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취지는 좋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국가 주도형 정책은 민간 주도형 정책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예산만 확보되면 민간보다 동기 부여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매년 중간평가를 통해 모니터링(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슷한 경향을 보이며 선진국보다 탈동조화가 약하다. 경제성장은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일 수 있는 묘안이 있을까.

“산업 구조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철강, 석유·화학 등 화석연료가 많이 드는 산업에서 문화·환경·금융업과 같이 에너지 저소비 산업으로 이행해야 한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한 영국의 사례가 있다. 다만 급격한 정책 전환은 충격이 크기 때문에 마스터플랜을 세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환경보존과 경제성장을 상반된 가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근본적인 해법이 궁금하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생태 중심적 사고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기후변화를 더 이상 비용 투입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된다. 독일의 경우 환경 전문 교사가 1000명이 넘지만, 우리나라는 28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입시 위주 교육으로 사장될 위기라고 한다. 이제 친환경이 아니라 필환경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