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트위터를 통해 전격 경질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얼굴 사진이 AP통신이 작성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해임된 고위급 인사 명단의 맨 위에 올라 있다. AP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럼프 정권에서 경질된 인사는 총 58명이다. AP 연합뉴스

■ 더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

에스퍼 국방장관 경질 이어
FBI·CIA국장 등 교체 전망
대선 불복 소송전 지속 방침
차기 행정부 발목잡기 가능성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10주 남짓한 레임덕 기간에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퇴임 전 ‘셀프 사면’과 2024년 대선 재출마설이 거론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간의 대이란·대중 강경 기조를 강화하는 제재와 행정명령을 무더기로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장 앞으로 3개월간 전 세계 안보·경제 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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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에스퍼 장관을 트위터로 전격 경질하면서 소신 발언 등으로 엇박자를 내온 ‘비충성파’에 대한 숙청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 6일 보니 글릭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을 해임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경질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데보라 벅스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같은 보복성 인사가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권력 누수를 막고 대선 불복을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선 불복 의지를 이어가는 트럼프 캠프는 연달아 대규모 집회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등이 미 전역을 돌며 집회를 여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캠프는 집회를 통해 소송전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고 펜실베이니아에서만 2만 명 넘는 사망자가 투표했다는 주장을 강조할 예정이다. 소송전에서 최종적으로 패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자신과 가족, 측근에게 닥칠 각종 법적 처분을 피하기 위해 ‘셀프 사면’에 나설 가능성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지난 4년간 시행했던 대이란·대중 강경 정책을 못 박는 추가 제재를 줄줄이 발표할 수도 있다. 전날 액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은 기간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연속적으로 부과하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주 새로운 대이란 제재가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오는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란 제재 방침을 걸프 국가들과 조율할 예정이다. 임기 막판까지 ‘중국 때리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관리나 국영기업에 추가 제재나 추가 수출 규제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동조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불복 의지를 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