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이름·사진 올려
법조계 “공익차원 납득안돼”

박훈 변호사가 30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술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대상자라면서 현직 검사 1명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폭로 내용의 진위와 배후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고, 사실 규명을 위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박 변호사가 이처럼 얼굴 사진까지 공개한 것에 대해 “공익적인 차원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박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봉현이 접대했다는 검사 중 1명”이라며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한다”고 썼다. 공개된 인물은 수원지검 안산지청 A 부부장검사로, 지난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했다. 또 박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은) 금호고 8년 후배고, 9월 21일(1차 옥중서신 작성일) 설득해 (관련 내용을) 받아 내고 모든 것을 내가 뒤집어썼다”고 했다. 라임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공개한 옥중 입장문에서 “지난해 7월 A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 지시로 옥중서신 원문을 받은 박훈 변호사가 폭로에 관여했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김 전 회장 진술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 술 접대가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허위 주장을 한 ‘배경’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김 전 회장의 주장을 ‘사실로 확인됐다’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정작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및 감찰권 발동의 ‘시발점’이 된 김 전 회장은 접대 날짜를 정확하게 특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지난 28일 출정조사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했다는 지난해 7월 중 날짜 일부를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룸살롱 장부와 마담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가 주요하게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마담과 김 전 회장 측이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가 핵심 단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이날이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직답을 피했고, “그런 거 같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접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날짜 특정이 필수적이다. 김 전 회장은 검사들을 접대한 게 지난해 7월 단 한 차례라고 한다. 또 당시 술자리 참석자는 김 전 회장을 비롯해 검사 출신 A 변호사, 검사 3명,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김정훈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총 7명이다. 날짜가 특정되면 이들 7명의 동선이 한날한시에 겹친다는 게 밝혀져야 한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