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내년부터 지급
예산 410억… 시·구와 분담

내년부터 서울지역 모든 중·고등학교 신입생은 1인당 30만 원씩 ‘입학준비금’을 받게 된다. 부모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일괄지급되는 일종의 교육 기본소득인데, 구매 가능한 물품이 의류와 스마트기기에 한정돼 실효성 논란이 있고, 무분별한 현금 복지를 앞세운 ‘인기 영합주의’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29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2021년부터 이 같은 내용의 입학준비금 시행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서울지역 중·고교 신입생 약 13만6700명으로, 이들이 2월 진학할 학교에 배정을 받고 등록 시 신청자료를 제출하면 ‘제로페이’로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약 41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교육청이 50% 서울시가 30%, 25개 자치구가 20% 분담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등이 입학준비금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서울시에서 무상 교복 조례 제정을 검토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교복 자율화(탈교복) 정책과 맞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어 유예된 데 따른 것이다. 교육청은 학생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교복 등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무상 교복 정책의 취지를 살리면서 한 차원 높게 교육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학준비금으로 ‘도서’ 등은 살 수 없고 교복, 생활복, 체육복 등 의류와 태블릿 PC 등 스마트기기만 구매할 수 있어 실제 학생들이 필요한 물품 구매에 도움을 주거나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큰 이점이 생기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되레 정책적 고민 없이 인기에 영합한 ‘현금살포’ 복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구매가능 물품은 확대하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