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새로운 신화 창조” 2004년 삼성 반도체 30주년을 맞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새로운 신화 창조’라고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부친인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이 타계한 뒤 1987년 12월 회장에 오른 그는 반도체 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 그룹으로 키워냈다. 삼성전자 제공
- 학계·재계원로가 말하는 ‘이건희가 한국에 던지는 교훈’
“무에서 유를 창조… 산업혁신 가장 앞장서서 추진”
“새로운 흐름 선견지명… 30년전 책에 전기자동차 언급”
이미지 크게보기 이병철(왼쪽) 삼성 선대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본관에 나란히 서 있다. 삼성 제공
사회학 분야의 국내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업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송 교수는 2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한국의 대기업 발생론적 구조와 연결돼 있다”며 “이 회장의 삼성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위대한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일생에는 공과(功過)가 섞여 있기 마련이지만, 경제성장의 물꼬를 트고 변곡점을 만든 이 회장의 공을 과로 덮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미래 후손을 생각해 본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회장은 ‘가진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며 “자기의 위치에서 훌륭한 항해를 한 것처럼, 미래 세대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성찰해 보고 최선을 다하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상(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은 “산업혁신이라는 과제를 가장 앞장서 추진하면서 경제를 이끈 대표적인 기업인”이라고 평가하면서 “와이프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교훈을 남겼는데,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이런 부분에서 혁신을 통해 선진 체제로 가는 노력을 한 인물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차별화된 기업문화를 만들고,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굉장한 이바지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이 회장은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나라로 키운 사람”이라며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있었던 경제인”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 회장은 스탠더드(기준)가 상당히 높았고, 누구보다도 기술 수준 안목이 뛰어났다”며 “무엇이 문제라는 걸 그 자리에서 꿰뚫고 있었고, 삼성이라는 차원보다는 한국을 업그레이드시켰던 사람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의 오랜 측근이었던 손병두 전 호암재단 이사장은 “미래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선견지명(先見之明)이 탁월했던 분”이라며 “30년 전에 쓴 책에서 전기자동차를 전자제품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화두를 던지면 (참모들이) 한참을 생각해야 할 정도로 범상하고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손 전 이사장은 “변화와 위기의식을 달고 살았던 사람”이라며 “그러면서도 사업보국(事業報國)을 하루도 잊지 않은 분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때는 눈물이 없는 분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경영론’에서 보여주듯 뛰어난 인재에 대한 욕심이 그 누구보다 강했다. 첫째도 인재, 둘째도 인재를 강조하면서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재계 단체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교육 분야 등에서 하향 평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고 있는데, 뛰어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이 회장은 이미 예견했다”며 “삼성이 소위 ‘S급’ 인재를 다수 길러내 지금의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그런 주장에 대한 경고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임대환·곽선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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