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택환 교수가 지난 13일 가을 단풍으로 물든 서울대 캠퍼스 교정에 서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낙중 기자

현택환 교수는

“과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는 게 현택환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미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1997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후 23년 동안 화학·화공·재료과학·나노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에 400편 넘는 논문을 발표해 5만8000회 이상의 인용(citation) 횟수를 기록 중이다. 다른 학자들이 자기 논문을 쓸 때 참고한 선구적 논문이었다는 뜻이다. 양적인 풍부함은 물론이고, 2004년에 내놓은 대표작 ‘균일한 나노입자 대량합성’ 논문은 무려 3000회 가까이 인용됐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일류 논문의 인용 횟수가 평균 1500회 정도다.

좋은 논문을 쓰고 싶어 하는 젊은 학자들에게 ‘논문의 달인’으로 해줄 수 있는 충고를 부탁했더니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한 분야를 오래 파고 둘째, 새로운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하며 셋째, 동료 학자들과 협업해야 한다고.

“큰 주제를 정해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죠. 다음, 학자는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좋은 논문은 그전에 없던 새 질문에서 나옵니다. 따라 하는 추격형 연구가 아니라 나의 길을 만들어가는 게 학자의 조건이에요. 제가 미국 대학의 석좌교수 심사위원으로도 일하는데, 이 점을 중요하게 봅니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동료 과학자들과 협력해서 일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수죠. 과학사에서 기적의 해란 게 있어요. 1666년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 1905년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와 특수상대성이론이 나온 해 같은 순간이죠. 1명의 천재가 큰 논문을 발표하던 시절입니다. 제게는 올해가 기적의 해 같아요. 1월에서 4월 사이에 네이처, 네이처 머티리얼스,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사이언스에 총 4편의 논문을 썼거든요. 네이처 표지 논문은 7년이나 걸렸을 만큼 한 편 한 편이 오랜 공이 든 겁니다. 그런데 모두 동료 학자들과 함께 쓴 공저입니다. 네이처 논문은 공동저자가 15명이나 됩니다. 그만큼 현대과학은 공동 연구가 중요해졌습니다. 엑설런트한 인재들의 힘이 합쳐져야 합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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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대구 출생 △1987∼1989년 서울대 화학과 학사·석사 △1996년 미국 일리노이대 무기화학 박사 △1997년∼ 서울대 교수 △2010년∼ 미국화학학회지(JACS) 부편집장 △2012년 호암상 수상 △2017년∼ 서울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