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압 논란까지 우여곡절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관련 감사는 재조사 전후를 포함해 감사위원회만 총 아홉 번, 회의 시간 도합 60시간이 넘는 ‘마라톤 심의’ 끝에 결론 났다. 논의가 지지부진한 과정에서 최재형 감사원장 등에 대한 정치권 ‘외압’ 논란까지 불거지며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번 감사에 임하며 ‘누가 감사하더라도 같은 결론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장 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앞서 실시한 ‘4대강 감사’가 정권을 달리하며 결론을 바꿔 비판받은 사례 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월성 1호기 감사를 놓고 감사원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여권은 최 원장의 ‘강골’ 성향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집중 문제 삼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6월 최 원장이 직접 나서서 “법정 기간 내에 감사를 종결하지 못한 데 대해 감사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원칙대로 조사하겠다”는 입장도 냈다. 최 원장은 그간 감사원을 둘러싼 각종 ‘외압’ 의혹에 특별히 대응하지 않으면서도 계기가 있을 때마다 할 말은 하며 헌법기관으로서 감사원의 ‘품격’을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원장이 되고서 이렇게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며 감사가 1년 넘게 지연되는 이유를 가감 없이 설명하기도 했다. 감사 공무원들의 강압적 태도를 지적한 여당의원들의 질문에는 즉각 부인한 뒤 “결과가 나오고 난 뒤에는 우리가 스스로 직무감찰을 하겠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감사원이 어렵사리 이번 감사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결과를 놓고선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감사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잠정 결론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요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