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SCM 공동성명

한국측 NLL 관련 문구 약화
‘주한미군 現수준 유지’빠져

미국 워싱턴에서 14일(현지시간) 열린 제52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결과물인 공동성명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 한·미 군사 전 분야에서 상당한 이견이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미는 그동안 지지부진해온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의 영구기지화를 명시했고, 비핵화 협상과 9·19 남북군사합의 여파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취소·연기 및 주한미군 훈련장 부족에 따른 대안을 공동성명에 담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고위인사들이 ‘족보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출해온 유엔군사령부(UNC) 역할을 명확히 했다. 또 남북 간 첨예한 현안인 북방한계선(NLL) 입장과 관련한 우리 측 표현이 약화돼 반영된 것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공동성명에 ‘성주기지 사드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문구를 넣은 것은 상당히 주목된다. 사드 반대 시민단체 등의 영향으로 성주기지 입구 도로가 봉쇄되고 일반환경영향 평가도 받지 못해 임시기지로 머무는 사드포대를 안정적 상태의 영구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 구축에 양 장관이 동의한 것이다. 또 무려 4개 항에 걸쳐 연합방위 태세 강화 등 훈련 여건 개선에 대한 미측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눈길을 끈다. ‘한반도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지속 필요성 재확인’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훈련 여건이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필수적’ 문구를 넣은 것은 비핵화 협상으로 한·미 연합훈련이 취소·축소된 데 대한 주한미군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 내 외교·안보 관련 주요인사들이 유엔사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과 관련, 이례적으로 별도의 항목에서 ‘유엔사가 대한민국의 주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가운데 그 임무와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LL 관련 2016년 공동성명은 ‘북방한계선을 준수해야 한다’며 NLL 이남 해역을 우리 영토 개념으로 해석했지만 이번 공동성명은 ‘NLL이 그동안 남북 간의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이었음에 주목한다’며 ‘준수’ 대신 ‘주목’이란 상당히 약화된 표현을 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 공동성명에는 예년과 달리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빠졌다는 점에서 미국이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숫자를 연계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