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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30대 초반의 직장인 여성입니다. 지난 겨울, 10년 만에 다시 사랑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을 놓치지 말자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점점 다툼이 많아지다 2주 전에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후로 회사 일만 겨우 하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냥 혼자서 넋을 잃고 멍하니 있다가 한 번씩 눈물이 쏟아집니다.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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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충격서 보호하는 ‘자기 방어’… 공허함 채울 여가활동을
▶▶ 솔루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까요? 지금은 어떤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멍하니 있을 때가 많다고 하셨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우리가 갑작스럽게 큰 충격을 받으면 한동안 현실감이 떨어지고 무감각해집니다. 이는 미숙해서가 아니라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무의식적 방어입니다. 즉, 충격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충격을 완화해주는 일종의 범퍼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이 시간 동안은 억지로 친구를 만나거나 다른 활동을 하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이제 곧 멍한 느낌은 약해지고 이별에 따른 슬픔, 분노, 후회 등 여러 감정이 찾아올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힘들겠지만 이를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 사람을 사랑한 만큼 고통스러울 수밖에요. 그 고통을 겪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별의 고통이 아물기까지 보통 1∼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 동안 필요한 것은 이별에 따른 마음의 변화를 살펴보고 자세히 표현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고, 마땅한 사람이 없으면 혼자 글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정형화된 글쓰기가 아니라 그냥 떠오르는 대로 휘갈기듯 써 내려 가면 됩니다. 자신에 대한 책망이든, 떠난 사람에 대한 원망이든 글로 써 보세요. 그렇게 격정적인 슬픔이 지나가면 그리움과 공허함이 뚜렷해질 것입니다. 마치 마음에 구멍이 생긴 것처럼 말이죠.

그때가 되면 무언가를 채우는 게 필요합니다. 이별이 끝없는 우울로 이어지지 않도록 힘을 되찾아야 합니다. 무엇이 좋을까요? 사람일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으며 음악이나 운동과 같은 여가활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별은 우리에게 자신의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 자신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활동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그렇게 조금씩 구멍을 메우다 보면 이전의 상태로 회복돼 갈 것입니다. 혹은 이전보다 더 성숙한 상태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고통을 겪어낸 사람은 더 섬세해지고,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아무쪼록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의 인연이 끝나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또 소중한 무언가를 채우는 것! 그것이 이별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