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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지시받은 요원 폭로
유럽서 ‘反터키’ 여론 확산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자국 내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을 강하게 비난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터키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해외 정치인 암살을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동지중해를 둘러싼 해상 분쟁과 해외군사개입 등으로 유럽과 마찰을 계속 빚고 있는 상황에서 반터키 여론도 커지고 있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자신을 전 터키 정보요원이라고 소개한 페이아즈 외즈튀르크는 지난 9월 15일 오스트리아 빈 경찰에 자수하면서 쿠르드족 출신의 아이귈 베리반 아슬란 전 오스트리아 의원(녹색당)을 사살하라는 임무를 터키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폭로했다. 아슬란 전 의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해왔다.

외즈튀르크는 지난 3월 아슬란 전 의원 암살을 시도하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이 폐쇄되고 검문검색이 강화된 데다 개인적 부상까지 입으면서 암살이 어렵게 됐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단순히 부상만 입혀도 좋으니 아슬란 전 의원에게 ‘협박’ 메시지를 주라고 종용했으며, 다른 반터키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지시했다고 외즈튀르크는 밝혔다.

외즈튀르크는 터키에서 쿠데타 협조 혐의로 최근 징역 8년 9개월을 선고받은 이스탄불 주재 미국 총영사관 직원 메틴 토푸즈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상부의 지시로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당시 외즈튀르크의 주장은 토푸즈가 유죄 판결을 받는 데 핵심 증거로 채택됐다. 2018년 카슈끄지 피살 사건 당시 사우디를 강력 비난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작 국내에서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암살·테러 등을 지시하는 이중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의 반터키 여론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