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가전’ 장착한 전기차, 편안함을 ‘플러그인’ 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에 탑재된 ‘플로어봇’

완성차 업체, 전자·통신기업들과‘합종연횡’활발

신발관리기·청소봇·커피머신
현대차, LG와 아이오닉 개발

포르쉐 첫 전기차 ‘타이칸’ 엔
삼성·LG ‘커브드 디스플레이’

폭스바겐‘ID 3’· 캐딜락‘리릭’
韓기술 ‘증강현실 HUD’ 장착

자동차 시장이 정통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속하게 바뀌면서 완성차 업체와 비(非)자동차 업체의 이종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차세대 자동차의 방향성 제시 및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으며, 비자동차 업체는 사업 영역의 확대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전기차를 통한 새로운 고객 경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파트너로 LG전자를 선택하고,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와 LG전자는 그 성과로 지난달 24일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을 공개했다.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은 아이오닉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미래의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 움직이는 사무실, 편안한 휴식 공간 등 개인 맞춤형 공간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은 ‘스케이트보드(Skateboard)’라고 불리는 실내 공간을 기반으로 차량 내 일상 가전제품 등 개인화된 다양한 전자제품을 적용할 수 있다. 고객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게 차량 내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개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에는 △신발 관리기 △커피머신 △의류 관리기 등 고객 경험 구성품이 탑재됐으며, 차량 천장에 설치된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어떤 자세에서도 편안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와 함께 고객이 차량에서 내리면 실내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자외선(UV) LED 조명’과 청소하는 ‘플로어봇(Floor Bot)’이 동작한다. UV LED 조명에는 실내를 살균하는 기능, 바닥에 설치된 바(Bar) 형태의 플로어봇에는 먼지를 흡입하며 바닥을 청소하는 기능이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의 기본 구조가 내년부터 양산 예정인 아이오닉 브랜드 차량에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차량용 디스플레이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구현에 필요한 윈드실드 카메라 등은 LG전자의 제품으로 부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초 출시될 준중형 CUV ‘아이오닉5’를 필두로 고객 일상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줄 차량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은 기존 차량에서 볼 수 없는 효율적인 내부 공간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고객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종산업 간 협력은 전장 부분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포르쉐의 첫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커브드 OLED가 콘셉트카가 아닌 양산차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삼성과 LG는 커브드 OLED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최초 기업이 됐다. 폭스바겐은 LG전자와 협력해 폭스바겐의 전기차 ‘ID.3’에 세계 최초로 증강현실(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장착했다. HUD에 AR가 적용된 첫 사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산하 고급차 브랜드인 캐딜락의 첫 순수 전기차 ‘리릭(Lyriq)’에도 LG전자의 기술이 적용됐다. 리릭에는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와 AR HUD가 장착됐다.

전기차 인프라 개발을 위해 금융사와 손잡은 완성차 업체도 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현대캐피탈 및 스타트업과 ‘온디맨드(on-demand) 충전 서비스’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기아차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편리하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은 따로 충전소에 갈 필요 없이 모바일 신청 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면 서비스 차량이 직접 방문해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아차는 이동형 충전기 스타트업인 에바(EVAR)와 함께 서비스 출동 차량으로 사용하는 봉고 EV를 개조해 오는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제주 지역에서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진행한 후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푸조와 DS오토모빌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국내에 출시되는 DS의 전기차 ‘DS 3 크로스백 E-텐스’ 모델에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도입했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바뀜에 따라 차량 내부에 디지털 장치가 늘면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음성인식 기술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이 활용될 수 있는 범위가 늘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LG유플러스 통신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전기차 충전소 안내는 물론 홈 IoT 연계 서비스 등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DS는 국내 커넥티드카 서비스 방향성을 선점할 수 있고, LG유플러스는 차량 통신 및 콘텐츠 시장 선점뿐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용 플랫폼으로 제작되는 전기차는 실내 공간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넓어 다양한 가전제품을 활용할 수 있다”며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통신 기능 등을 활용한 첨단 기술 관련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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