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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사법의 본질이 공정(公正)한 재판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공적 작용에서 공정의 가치가 강조되지만, 인권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에서의 공정성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중요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애초에 재판까지 갈 정도라면 매우 날카로운 견해 대립과 이해관계 충돌이 있는 경우다. 그러한 재판에서 판결의 기준이 모호하거나 일관성을 잃는 경우에는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의 코드 판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과거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강조하던 민주당 정권의 대법관 인사에서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 출신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비판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하지만 국민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대법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여당 정치인 및 친여 성향의 단체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들이 ‘코드 판결’이라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단체장 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던 은수미 성남시장이나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세워서 공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비판이 계속될 것이다. 은수미 판결에서 검찰의 항소절차 부실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것이나, 이재명 판결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인 반대 사실의 표명이 아니기 때문에 허용된다고 판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교조 판결에서 기본적인 법률 해석의 방식을 벗어나서 법외 노조 통보를 ‘형성적 행정처분’으로 본 것은 법률적 상식에 반한다. 이러한 잘못된 해석에 근거해 집행명령의 성격을 갖는 법외노조 통보를 위임명령이라고 보면서 법외노조 통보를 위헌, 위법한 것으로 판단한 것 역시 납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신이 커지다 보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에 대해 항소심이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서도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에서 코드 판결을 계속하니 하급심에서도 보조를 맞추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그때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 만 3년이 넘었으니 이제 김명수 사법부가 사법 불신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시점이다.

법관들의 정치적 편향성의 심해지고, 심지어 적지 않은 법관이 법복을 벗자마자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어 금배지를 다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그들이 법관 시절에 정치적 편향성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거기에 더해 몇 년에 한 번 있기도 어려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들이 최근 잇달아 내려지는 상황인데,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성과 코드 판결에 대한 우려가 아무런 근거 없는 것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사법부가, 대법원이 국민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변명이 아니라 앞으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 그러잖으면 사법부 미래는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