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원심파기 늘어난 대법 판결

민감 사안마다 전원합의체
원심 깨고 새 법리해석 내놔

대법관 14명중 11명, 文이 임명
“이념 따라 판결… 법치 와해”

지난 25일로 6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김명수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2심을 뒤집는 이례적인 판결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법치주의의 ‘예측 가능성’과 ‘법률 판단의 일관성’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법조계에서 갈수록 고조하고 있다. 선거법, 일본 강제징용 등 정치·외교적 사안은 물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및 양심적 병역거부 등 사안에서도 1심과 2심 모두를 뒤집는 판결을 내리면서 ‘친여·친노조’의 좌편향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는 평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 대법원장 체제 들어 노조, 역사, 정치 등 주요 판결에서 1심과 2심을 뒤집고 새로운 법리 해석을 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1·2심을 뒤집고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전교조를 합법 노조로 인정했다. 1심부터 “법 개정 없이 전교조가 이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었으나 대법원은 시행령만으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해온 기존 판례를 완전히 뒤집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역사문제에서도 진보적인 판결이 잇따랐다. 대법원은 2018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선 1심과 2심에서는 일본법원의 확정판결 효력을 국내에서도 인정했으나 전원합의체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1심과 2심에서는 이를 명예훼손으로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냈으나,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아니다”라며 사건을 하급심 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선거법에서도 ‘여권 인사 지키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당시 TV토론회에 나와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2심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전원합의체 선고는 아니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같은 당 소속 은수미 성남시장이 대법원에서 또다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법치주의의 보루인 대법원이 되레 핵심 가치인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고무줄 판결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상고심의 경우에는 1·2심 판정을 놓고 사실관계가 아닌 법률 적용의 타당성을 검증해 법치주의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 체제 들어 기존 판례를 기반으로 한 법리보다 ‘이념’을 앞세우면서 예상 밖의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부장 판사는 “지난 3년간 원심의 큰 틀을 흔드는 전원합의체 선고가 너무도 많이 나왔다”며 “법관이라는 전문 집단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판례와 선례, 법치를 무시하고 정권과 이념에 부합하는지 여부로 판결을 내려 법을 무력화시켜 문명사회의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은 후반기 3년 역시 대법관 14명 중 11명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법관으로 채워지면서 이러한 좌편향 기조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흥구 대법관이 권순일 대법관 후임으로 이달 취임하면서 진보 성향의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출신이 6명으로 늘게 됐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초대 회장을 지냈고 이 대법관과 박정화·노정희 대법관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상환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며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회장을 맡은 인사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