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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달라진 명절 풍속도

인터넷에 고인 추모관 꾸며
상차림 그래픽 띄우고 성묘
벌초대행 의뢰도 2∼3배 ↑

스마트폰 영상통화 수단
줌·스카이프 앱으로 변화
“언택트 새 명절문화 확산”

“조상님은 현실적으로 비대면인데, 코로나 걸리면 대면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추석 차례를 즈음해 이 같은 말이 나도는 등 올해 명절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명절을 처음 맞는 시민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과 감염 우려에 따라 고향 방문을 최소화하는 대신 줌, 스카이프 등을 이용해 영상 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인터넷으로 차례를 지내는 등 ‘언택트(비대면)’ 한가위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명절마다 조상의 묘를 찾아 돌보던 ‘성묘 문화’도 변하고 있다. 가족들끼리 만남을 줄이기 위해 벌초조차 대행업체에 의뢰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자영업자 임모(36) 씨는 매년 충북 단양에 있는 조상들 묘를 벌초했지만, 올해는 대행업체를 불렀다. 건강을 생각해 밀접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임 씨는 “벌초는 친척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 담소도 나누는 ‘만남의 장’이란 의미도 있는데, 이번엔 그럴 자리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강원 횡성군에서 양봉업을 하는 한모(69) 씨도 최근 대행업체 직원들을 불러 벌초 작업을 했다. 한 씨는 “추석 때마다 일가친척 30명이 한데 모였지만 조카들에게 고향에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몰라 안전을 생각해 불가피하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벌초 대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북 영덕에서 7년간 업체를 운영한 김모(57) 씨는 “작년보다 의뢰 건수가 2∼3배로 늘어 많을 때는 하루 20건 이상 들어올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이번 추석은 고향 방문이 쉽지 않아지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온라인 성묘·추모 서비스 지원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지난 23일 “추석 연휴 기간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많은 성묘객이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www.ehaneul.go.kr)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련 시스템을 진단하고 서버 자원을 증설하는 등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사진과 상차림 그래픽 등을 이용해 직접 고인의 온라인 추모관을 꾸미고 가족·친지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전국 11개 국립묘지를 운영하는 국가보훈처도 명절 연휴 기간 참배객이 밀집할 것으로 예상되자,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이달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온라인 참배 서비스를 실시하고, 묘지 직접 참배 대신 ‘사이버 참배’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보훈처는 직접 묘지를 방문하지 못하는 유족들이 각 국립묘지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 참배’와 ‘추모의 글쓰기’로 고인을 기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국립묘지 의전단이 유족들의 요청을 받아 직접 수행하는 ‘헌화·참배 사진 전송 서비스’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명절에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계획 중인 직장인 박모(40) 씨는 “아직 생소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도 젊은층 사이에서 새로운 차례나 성묘 문화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벌초를 꼭 명절 때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명절 때는 온라인으로 성묘하고 한산한 시기에 벌초나 성묘 등 묘지 관리를 하는 것도 방역이나 시간 절약 등 여러 측면에서 좋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