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법무부 입법예고 비판

징벌적 손해배상 형사책임 지워
“현행법 위반한 기업 압살 악법”

법무부가 23일 입법예고 일정을 발표한 집단소송법 및 상법 일부개정안(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위헌적 법안”이라는 법조계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도(50명 이상 집단소송 청구)의 전 분야 확대와 함께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에도 소급 적용키로 한 데 대해 “헌법의 불소급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시도”라는 지적이 법원은 물론 법조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명백하게 불소급 원칙을 역행하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형사 처벌 성격을 띠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전 분야로 확대하는 것은 이중처벌을 금지한 현행법을 위반하는 위헌적 성격이 있는 ‘기업 죽이기’ 시도라는 지적이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성격은 형사 처분의 일종으로 단순 손해배상과는 다르다”며 “이중처벌 성격을 지니고 있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가 기습작전식으로 내놓은 집단소송제 도입 방안에 대해 모든 기업이 피소 위협에 수시로 시달리며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도입되면 소송 대응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대기업뿐 아니라 대부분 지주회사 체제인 중소·중견기업들도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집단소송제 등이 시행되면 빈사 상태에 있는 기업들에서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며 “기업 활동을 사실상 포기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실효적 피해자 구제수단 확보라는 제도 취지는 동의하지만,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소송이 진행 중이란 사실만으로도 기업의 대외적 평판이나 신인도가 크게 떨어지는 등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입법안을 블랙컨슈머 등이 악용하거나 남발하면 중소기업은 존폐마저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해완·김성훈·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