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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글로벌 면세점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척 피니(89)가 ‘살아생전에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약속대로 전 재산을 기부하고 자신의 자선재단도 해체했다. 포브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피니는 지난 14일 애틀랜틱 필랜스로피즈 해체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40년 가까이 이어진 자선사업을 마무리했다. 코로나 시대인 만큼 온라인 줌을 통해 해단식을 가졌다. 51세 때인 1982년 재단을 설립한 뒤 자선사업에 나선 그가 평생 기부한 돈은 80억 달러(약 9조4000억 원)다. 면세점 그룹 DFS(Duty Free Shoppers) 설립자인 그는 ‘익명 기부’로도 이름 높다. 기부에 앞서 “누가 기부했는지 절대 알리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공개되면 지원금을 회수하겠다는 각서까지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이름이 알려지자 “가능한 한 익명으로 하되 살아생전에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쪽으로 원칙을 바꿨다.

미국의 대표적 자선사업가 조지 소로스(90)도 ‘살아생전의 기부’ 원칙을 견지했지만 10년 전 원칙을 바꿨다. 그는 2011년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글에서 “내가 세상을 떠날 때 열린사회재단도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인위적 해산은 이기적이란 판단이 들었다”면서 “내가 사라진 뒤에도 열린 사회를 위해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사후에도 자선이 이뤄지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열린사회재단 등에 320억 달러를 기부했는데 여전히 83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1953∼2018)의 경우 미래지향적 컴퓨터 엔지니어답게 ‘삶이 끝나도 자선은 계속된다’는 신념으로 사후 기부 플랜을 공개했던 인물이다. 그는 MS 퇴사 후 자선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았는데 2010년 억만장자들의 기부 서약 모임인 ‘기빙 플레지’를 통해 44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 기부 계획을 밝혔다.

살아생전의 기부든, 사후 기부든 가진 것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아름답다. 최근 통계청의 논문 공모전에서 편창훈 씨(연세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의 ‘나눔이 삶의 만족을 증대시키는가’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 마이크로 데이터를 통해 기부와 자원봉사가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두가 어려운 코로나 위기시대, 기부와 나눔으로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면 코로나 블루 극복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