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씽:그들이 있었다’의 한 장면.

- 좀비·구미호·시간여행 소재 드라마 잇따라

넷플릭스‘도시괴담’ 등 인기 속
KBS 새 월화극 ‘좀비탐정’ 선봬
부활한 2년차 좀비 해결사 노릇

tvN ‘구미호뎐’ 10월부터 방송
이동욱, 요괴 처단 심판자 맡아
“국가가 안전 책임 못지는 공포
현실서 달아나려는 대리 만족”

좀비와 구미호가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늦여름을 겨냥한 납량특집이 아니다.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미씽:그들이 있었다’는 죽은 자들의 도시가 배경이고, SBS ‘앨리스’는 시간과 차원을 넘나드는 이야기다. 팍팍한 현실을 잊고 싶은 대중의 심리 기제가 판타지를 좇고, 이에 발맞춘 콘텐츠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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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된 좀비·1000년 넘게 사는 남자 구미호

지난달 2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공포 판타지물인 ‘도시괴담’은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을 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에서 흥행 순위 1위,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3위, 일본에서는 6위를 기록했다. 한여름이 지난 8월 말 공개됐음에도 젊은 연령층의 지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해 곧바로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좀비를 소재로 한 ‘킹덤2’로 큰 성공을 거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는 최대 수혜자가 된 상황에서 좀비라는 소재가 ‘신의 한 수’로 각광받았다.

이런 흐름에 기대, KBS는 21일 새 월화극 ‘좀비탐정’을 선보인다. 2011년 작인 MBC ‘나는 살아 있다’ 이후 9년 만에 지상파에서 선보이는 좀비물이다. 부활 2년 차 좀비가 탐정이 된 후 여러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동시에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상반기 방송된 판타지 드라마 ‘루갈’에서 사이보그 인간 병기를 연기했던 배우 최진혁(왼쪽 사진)이 이번에는 좀비로 분한다. 그는 생동감 있는 좀비 연기를 위해 생닭과 생곱창까지 먹는 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맞서 케이블채널 tvN은 오는 10월 1000년 넘게 사는 구미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 수목극 ‘구미호뎐’을 선보인다. 한때 백두대간을 다스리는 산신이었지만 지금은 도시에 정착한 후 현세를 어지럽히는 요괴를 처단하는 심판자로 설정됐다. 기존 구미호가 여성 캐릭터였던 반면 ‘구미호뎐’은 배우 이동욱(오른쪽)에게 구미호 이연 역을 맡겼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를 연기했던 그가 다시 판타지 속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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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엔 판타지 콘텐츠가 뜬다?

판타지 드라마는 이미 안방극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2050년을 배경으로 삼은 ‘앨리스’의 시청률은 4회 만에 10.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모여 사는 두온마을에 사기꾼 김욱(고수)이 우연히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미씽:그들이 있었다’ 역시 지난달 29일 1.7%로 시작해 4회 만에 3.5%로 시청률이 2배 가까이로 상승했다.

실제로 불황일 때 판타지 콘텐츠가 인기를 얻을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보자. 그해 대표적 판타지 드라마인 ‘꽃보다 남자’를 비롯해 남장 여자를 소재로 다뤄 일본에서 ‘근짱’(장근석)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큰 사랑을 받았다. 현실이 녹록지 않을 때 환상을 좇거나 잠시 현실을 잊게 하는 판타지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경향이 있는 셈이다. 다만 판타지라면 로맨스 판타지가 대부분이었던 10여 년 전과 달리 장르적 성격이 강한 판타지물이 등장한 것은 달라진 점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판타지물은 ‘환상성’보다는 인간의 권력욕을 그린 ‘킹덤’처럼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반적인 판타지나 SF물이 더 나은 결과를 통해 대리만족을 주는 반면, 한국의 판타지 콘텐츠는 사회 비판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회 리얼리즘 같은 교훈을 준다”며 “넓은 범위에서 볼 때는 이 역시 비참한 현실로부터 달아나려는 대리만족일 수 있지만 국가가 개인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공포가 이 같은 판타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