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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DJ로 다시 돌아온 ‘90년대 유재석’ 임백천

편안한 목소리 재치있는 입담
라디오 진행만 벌써 41년째

“갈라진 세대 이어주는 진행자
익숙함 경계하고 실수도 그대로
코로나 블루 청취자 웃게할 터”

“비대면 시대에 오히려 가장 적합한 매체는 라디오…갈라진 세대를 이어주는 음악의 전달자가 되고 싶다.”

가수 겸 MC 임백천이 라디오 DJ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달 31일부터 KBS2라디오 해피FM(106.1㎒) ‘임백천의 백 뮤직’의 마이크를 잡고 있다. 라디오 진행만 벌써 41년이다. 7일 KBS 본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임백천은 “청취자들이 제게 익숙하다고 느끼는 게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꼭 있어야 하는 진행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임백천은 KBS 라디오의 터줏대감이다.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 입상해 데뷔한 것을 계기로, 이듬해 MBC 라디오 ‘하나 둘 셋, 임백천·왕영은입니다’에 깜짝 발탁된 이후로는 ‘뮤직쇼’ ‘골든팝스’ ‘라디오 7080’ 등 오랫동안 KBS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 재치 있는 입담, 튀지 않는 성실함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익숙함, ‘아웃 오브 패션’은 경계하고 싶다. 재미와 의외성을 보여주고, 때론 실수까지도 그대로 전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특히 턴테이블과 콘솔을 조작했던 마지막 DJ 세대이자,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진행자로서 조용필부터 방탄소년단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왜냐하면 음악은 너무 좋은 것이니까.”

이날 생방송의 초대 가수는 백지영이었다. 신곡 ‘거짓말이라도 해서 널 보고 싶어’를 7월에 발표한 지도 두 달 정도 지나 지금은 ‘활동 기간’이 아니었지만 임백천의 섭외에 흔쾌히 응한 터였다. “활동 기간이 아닌 때에 방송에 출연하는 게 번거로운 일일 텐데 후배들이 나와줘서 늘 미안하고 고맙다. 제작진도 합심해서 섭외하고 있는데 양준일, 알리, 바비킴 등이 출연해주기로 했다. 오래 활동한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임백천은 라디오 DJ와 동시에 TV에서도 최고의 MC였다. 1992년 MBC ‘특종 TV연예’를 시작으로 KBS ‘슈퍼선데이’(1995),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1998) 등 주말 프라임타임대를 누볐다. 장동건, 배용준, 원빈, 서태지와 아이들 등 신인 시절 임백천의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은 톱스타는 없을 정도다. 그는 ‘1990년대의 유재석’이었다.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라디오에서 전쟁터로 통한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방식이 늘어나는 요즈음, 라디오는 청취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1 대 1의 매체다. 그만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는 안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송, 코로나19로 우울한 청취자를 웃게 하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

글·사진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