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조지워싱턴大 화상대담

이수혁 주미 대사가 3일 미·중 갈등 격화 속에 “한·미 동맹의 미래상을 숙고해야 한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대미 외교 첨병 역할을 하는 주미 대사의 발언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이 반중 포위 전선을 확대 중인 상황에 오는 11월 미 대선까지 앞두고 더욱 중요해진 대미 외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대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 화상 대담행사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역내 무역 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 즉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사는 특히 “우리는 안보의 관점에서 (한·미) 동맹에 기대고 있고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중국에 기대고 있다”면서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협력하느냐는 매우 중요하고 한국 정부의 위치 선정에 대해서는 아주 첨예한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나라가 안보만으로 존속할 수 없다. 경제활동이 안보만큼 중요하다”며 “따라서 이 두 요소는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사는 지난 6월에도 “이제는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는 이른바 ‘축복론’을 내세운 바 있다. 당시 미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한국은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는 반박 논평을 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