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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딱 1년 전이었습니다. 엄마의 제안으로 여름휴가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다녀왔습니다. 사실 여행 가기 전에 검색해 본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기에는 입맛 당기는 맛집, 이색적인 유럽풍 풍광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족여행을 해외로 가는 것도,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지역에 가게 된 것도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저가항공을 타고 밤늦게 도착한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은 첫날부터 기대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빠의 일방적인(?) 여행 스케줄은 색다른 풍경과 이색적인 맛을 찾아다니기보다 100년도 훨씬 더 지난 한인 이주민과 러시아 지역 독립운동가의 삶을 돌아보는 일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솔직히 지루했습니다. 날씨는 비가 오지 않으면 폭염으로 더웠고, 아빠는 박물관에 들러서도 한인 이주사와 독립운동 흔적만 찾았습니다.

심지어 유명 맛집에서 음식을 앞에 놓고도, 아빠는 “2019년이 3·1운동 100주년”이라는 말과 함께 발해 역사와 고려인의 이주 역사까지 소환(?)하시니 정말 ‘내가 여길 왜 온다고 했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느낀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비행기로만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그 먼 러시아의 항구도시에 어쩌면 그렇게 한인의 흔적과 독립운동 스토리가 많은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기차로만 12시간 넘게 걸려 다녀온 하바롭스크의 레닌광장에서도 한인 독립운동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수리스크에서 어렵게 찾아갔던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님의 유허비는 며칠 전 내린 폭우로 엉망이 돼 있었습니다. 누구도 제대로 돌보지 않은 모습에 마음 한쪽이 먹먹하기도 했고, 신한촌 기념비와 일제강점기 때 한인들이 모여 살았다는 ‘한인 거리’의 퇴색한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도 했습니다. 특히 우수리스크에 있는 독립운동가 최재형(사진) 선생님의 생가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을 보며 ‘아, 옛날 일을 이렇게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고려인문화센터에서는 우리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루하게 길었던 블라디보스토크 가족여행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제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내내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고 있고 생활에 제약이 심해진 것은 물론,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여행도 어려운 지금, 1년 전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 부모님 감사합니다.

아들 최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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