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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수사국, 해외서 압송
“방화·살인 혐의로 곧 기소”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영화 ‘호텔 르완다’의 실제 주인공 폴 루세사바기나(66·사진)가 당국에 테러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르완다수사국(RIB)은 지난달 31일 해외 모처에서 루세사바기나를 체포해 르완다로 압송했으며, 테러와 방화·납치·살인 등 혐의로 곧 기소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루세사바기나는 이날 수갑이 채워지고 마스크를 쓴 채 경찰 두 명에 의해 끌려와 RIB 본부의 미디어 앞에 섰지만, 특별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루세사바기나는 최근 폴 카가메 대통령 행정부를 독재정권이라며 비판하고 서구 국가들에 르완다가 인권을 존중하도록 압력을 넣으라고 촉구해왔다. 이에 카가메 정부는 루세사바기나가 르완다 정부를 피해 망명한 정치 단체들의 연합체인 MRCD와 연루됐으며, MRCD를 통해 무장 투쟁 및 테러를 자행하는 사기꾼이라고 비난해왔다. RIB는 그의 정확한 혐의에 대해 “추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루세사바기나는 지난 1994년 르완다에서 다수민족인 후투족이 소수민족 투치족을 대학살 하던 당시 수도 키갈리의 밀 콜린스 호텔 지배인으로 일하면서 투치족 1000명 이상을 호텔에 보호하며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대인 1000여 명을 나치로부터 구한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와 비교돼 ‘르완다판 쉰들러’로 불렸고, 그의 이야기는 돈 치들 주연의 영화 ‘호텔 르완다’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정부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의 체포에 대해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호텔 르완다 루세사바기나 재단의 키티 커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루세사바기나가 르완다에 납치됐다고 믿는다”며 “르완다 정부는 모든 반정부 인사들에게 정기적으로 허위 혐의를 제기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루세사바기나는 르완다를 떠나 미국 등에서 생활 중이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