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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 총탄에 사망사건도 많아
푸틴의 지시라는 증거 없지만
서방 정부·언론은 배후 추정

러시아의 반(反)푸틴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처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들은 유독 갑작스러운 사망이 많은 편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들의 사망 또는 살해에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지만, 서방 정부와 언론들은 이들의 사망 배후에 비밀공작으로 유명한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게 대항한 정적들의 돌연사에 가장 자주 등장했던 방법은 최근 반체제 인사 나발니와 같은 독극물 중독. 이미 구소련 시절부터 KGB 등이 자주 이용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항상 용의선상에 오른다. 초창기 희생자는 정치인이자 기자 출신으로 푸틴 대통령의 모스크바 아파트 연쇄 폭발사건 연루혐의를 주장했던 유리 슈체코치킨으로, 지난 2003년 탈륨 중독으로 사망했다. 1990년대 푸틴 대통령의 경호원이었던 로만 체포프는 2004년 연방보안국(FSB) 사무실에서 독성 물질이 섞인 차를 마신 뒤 사망했다. 지난 2006년 푸틴 대통령의 정적 보리스 베레좁스키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던 전 FSB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도 그해 11월 FSB 요원 2명과 차를 마시고 돌아온 뒤 쓰러져 약 3주 후 숨졌다. 그의 체내에선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 ‘폴로늄-210’이 다량으로 검출됐는데, 폴로늄은 입을 통해 들어가지 않고는 중독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의 죽음을 조사했던 영국의 조사위원회는 지난 2016년 “리트비넨코의 독살은 러시아 정부 소행이며, 푸틴 대통령이 독살 계획을 최종 승인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8년 3월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은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노비촉’이란 신경안정제에 중독돼 쓰러졌다가 간신히 회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 ‘푸틴의 홍차’는 정적 암살을 뜻하는 관용어가 돼가고 있다. 러시아 정보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는 지난해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독극물은 살인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살인범이 모든 것을 부인하는 동안 희생자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끔찍하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총격을 통한 살해도 드물지 않다. 자유러시아당을 이끌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 온 세르게이 유센코프는 2003년 4월 모스크바 교외 자택 근처에서 가슴에 수 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를 비판했고 체첸과의 전쟁에도 반대했었다. 2004년 러시아군의 체첸 주민 학살 등을 고발한 언론인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는 비행기에서 차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가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2년 뒤 자택 엘리베이터 안에서 괴한의 총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야권의 반정부 운동을 이끌었지만 2015년 2월 연인과 함께 거리를 걷던 중 차를 탄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전쟁범죄를 폭로하는 보고서를 작성 중이었으며, 하루 뒤에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목을 매 숨진 경우에도 푸틴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따라다니고 있다. 리트비넨코가 암살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던 베레좁스키는 2013년 런던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는데, 타살의 증거는 없지만 러시아 정부가 암살한 뒤 자살로 위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같은 해 2013년엔 반정부 운동가 알렉산드르 돌마토프도 네덜란드 망명이 거부된 뒤 목을 매 숨졌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