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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숙(1961~2009)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흘렀어.

중년 가수 혜은이 님의 ‘비가(悲歌)’.

‘사랑하는 사람의/그 이름을 끝내 부르지 못해/그리움 하나로/잊혀져가는 내 이름 석 자∼.’

바쁜 일상에 지쳐 어느 날부터 무심히 잊어지고 있는 내 그리운 언니 신은숙. 언니를 떠나 보낸 일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쏜살 같이 흘러 벌써 10년이 지났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이 더 지나야 언니를 마음속에서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인지, 오늘 이 글을 쓰려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 5년간 위암 투병으로 고생하다 마흔여덟 이쁜 나이에 아쉬움을 남기고 짧은 생을 마친 언니.

내가 언니만큼 나이가 들어 거울을 보니 내 얼굴 속에 언니가 있어 가족모임을 하면 마치 언니랑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들 해. 꽃님이(큰언니 딸)도 날 보면서 언니를 그리워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언니와의 지난 추억들을 얘기하며 쓸쓸한 미소를 짓고는 해.

언니, 얼마 전 엄마가 꿈을 꾸셨다는데, 언니가 아주 이쁜 옷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지내고 있다고 하시더라고. 정말이지? 삶의 고난도, 병마의 고통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지? 이젠 아프지 않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만나 뵈었어? 아버지를 모시려고 우리 곁을 그렇게 일찍 떠난 게 아닌가 싶어. 참 무정한 언니. 내 꿈속에서는 한 번도 나타나 주질 않네. 가슴 사무치게 보고 싶은데. 하늘나라에서도 따스함으로 우리 가족을 지켜보고 있을 언니! 언니를 떠올리면 애달프고 아련해.

몇 달 전에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언니 친구 정옥이 언니가 연락해 왔어. 언니도 기억하지? 우리 어릴 때 살던 시골동네 윗집 살던 정정옥 언니. 은숙이 동생 아니냐고…. 내 사진을 보고 순간 ‘언니가 살아왔나 싶어 놀라 한참을 멍하니 사진만 바라봤다’며 얼마나 반가워하던지…. 아직 언니를 기억해주는 정옥 언니가 너무 감사하고 반가웠는데 지금도 가끔 ‘언니가 그립다’며 전화가 오기도 해. 지난번에는 감자 농사를 지었다며 감자를 보내 주셨어. 언니가 항암치료를 받을 때 부작용으로 인해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못 삼키자 같은 병실 다른 환자 보호자가 삶아서 건네준 따뜻한 감자 한 알을 들고 세상 행복해하던 언니 얼굴이 생각나서 한참을 가슴앓이했어.

그리고 항암 치료 중 언니가 외로워할 때 나도 간병하느라 지쳐 강원도로 출장 가는 남편을 따라 이기적으로 훌쩍 떠나버린 것 용서해줘. 언니를 병석에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에 돌아오는 길에 대게를 사서 쪄 주었는데 언니가 정말 맛있게 먹었잖아. 대게와 감자를 볼 때마다 언니가 생각나. 그래서 감자와 대게는 나한텐 언니와의 추억이야.

언니가 투병할 때 돌봐주시던 간병인 언니가 너무 고마워서 이다음에 나도 그 언니처럼 병간호 봉사하려고 2년 동안 주경야독해 작년에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어. 잘했지?

언니! 내 언니여서 고마웠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땐 내 동생이 되어줘. 아프지 않게 내가 잘 보살펴 줄게. 앞으로 시시때때로 그리워할게. 그러니 외롭다 하지 말고 우리 자매들 다같이 만날 때까지 잘 있어. 사랑해.

신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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