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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속 ‘권주가’

‘돈 조반니’의‘샴페인 노래’등
기쁨과 슬픔의 장면에 등장
캐릭터 용기와 결단 모티브

오페라 가운데는 술이 나오는 장면이나 모티브가 많다. 흔히 ‘권주가’로 알고 있지만 때로는 술을 마시면서 고통스러운 순간의 장면을 노래로 풀어내기도 하고, 술을 권하며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의 성향을 담아내기도 한다.

고통의 순간을 표현한 대표적인 곡은 프랑스 오페라 ‘햄릿’(사진)에 등장하는 곡 ‘오 와인이여! 내 슬픔을 가져가다오’다. 햄릿은 해석하기에 따라 소화하기 어려운 광기 어린 캐릭터다. 이 노래는 배우에 따라,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감정을 실어 부르는 정도가 달라진다. 춘향전을 해석하는 방법에도 누군가는 판타지로, 누군가는 로맨스로 분석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만취한 햄릿 왕자는 와인으로 자신의 슬픔을 달래기도 하지만 술을 통해 얻은 용기와 결단으로 자신의 숙부를 살인자로 고발하기도 한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등장하는 ‘투우사의 노래’는 후자의 경우다. 이 곡에서 술은 캐릭터의 매력을 뿜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보트르 토스트(Votre toast)’는 “내가 당신들에게 술잔을 돌리겠다”는 의미로 곡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 투우장의 상황을 묘사한다. 이때 성악가는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한다. 성난 소가 날뛰며 돌진하는 투우장의 긴박함을 묘사하며 은근슬쩍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기도 한다. 투우사 에스카밀리오가 술잔을 들고 슬며시 카르멘에게 다가가 유혹하는 부분은 이 곡의 백미다.

술을 모티브로 유혹을 넘어 방탕함을 노래하는 곡도 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 나오는 독창 가운데 돈 조반니의 아리아 ‘샴페인 노래’가 그것이다. 돈 조반니는 무려 2065명의 여성을 유혹한 에스파냐의 호색 귀족이다. 약혼식을 올리러 가는 여자를 꾀어내 겁탈하려는 스토리인 만큼, 해외 무대에서는 수위가 높은 노골적인 장면의 연출이 다반사다. 분량이 2분도 채 안 되는 짧은 곡으로 최고로 다급한 템포의 아리아에 속한다. 내용은 실로 가관이다. 돈 조반니는 자신의 꼬임에 넘어와 겁탈한 여성들의 ‘카탈로그’를 갖고 있는데, 날이 밝기 전까지 적어도 10명의 여성을 ‘카탈로그’에 추가하고야 말겠다는 퇴폐적인 내용의 아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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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권주가는 1923년 독일에서 제작된 무성 흑백의 단편 오페라 영화의 리메이크작 ‘황태자의 첫사랑’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다. 이 곡은 당시 최고의 테너였던 마리오 란자가 부른 드링킹 송으로, “Drink! Drink! Drink!”(마시자!)라는 후렴구가 예전 우리나라 맥주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마리오 란자의 체중이 점점 불어나 다른 배우로 대체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결국 마리오 란자가 미리 녹음해 둔 음원에 대체된 배우가 립싱크해 영화가 완성됐다. 이 오페라는 황태자 카를 하인리히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유학하던 중 여관에서 일하는 소녀 캐티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게 되는 젊은 날을 그린 이야기다.

안우성 클래식 월담 대표

오늘의 추천곡 : ‘샴페인의 노래’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연극적인 요소를 더해 일반 대사를 하는 ‘오페레타’ 중엔 실제 술이 등장하는 드링킹 송이 있다. 오페레타 ‘박쥐’에 나오는 ‘샴페인의 노래’가 그렇다. 상류사회의 애정 없는 결혼과 졸부 근성을 비웃는 풍자극으로 가장무도회 장면에서 절정의 합창이 터져 나온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들어진 오페레타인 만큼 빈 사람들의 화려함과 유쾌함이 담겨 있다. 1막에서는 주인공 알프레드가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자’는 노래를, 2막에서는 러시아의 대부호 오를로프스키 공작이 자신의 저택에서 ‘샴페인의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