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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화(1928∼2013)

7년 전 아주 더운 여름날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내일(19일)이 바로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나신 날입니다.

올해 유난히 트로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평소 트로트를 듣지 않던 제가 어느 날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는 엄마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때문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

일찍 남편을 여의고 자식들을 위해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우리 엄마의 노래 같았습니다. 여자 혼자서 자식들 키우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못 했는데 저도 자식 낳아 키워보니 남편과 함께인데도 녹록하진 않았어요. 뒤늦게야 ‘우리 엄마 정말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식들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생계를 위해 집을 개조해 두부 공장까지 만들어 운영하시면서 자식들 남부럽지 않게 가르치고 번듯하게 키워주신 엄마. 그러면서도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안 하셨던 엄마. 어쩌다 한 번씩 “너그(너희)들 잘 키워서 나중에 너그 아버지 만나면 큰소리칠 끼(거)다”라고 하시며 소주 한잔으로 고단한 삶을 달래곤 하셨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오래지 않아 결혼하면서 고향을 떠나온 뒤로 제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어요. 시어머니께는 싹싹하게 대하면서도 엄마에게는 더없이 퉁명스럽게 대했던 일, 전화조차 자주 드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습니다.

가끔 전화 드릴 때마다 “너그들만 잘 지내면 난 괘안타(괜찮다).”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하셨던 엄마. 엄마가 외로우셨을 거라는 생각은 못 하고 엄마들은 모두 그러려니 했어요. 결혼 후 가정에서 남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고 세월 따라 나이를 먹고서야 엄마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싶어 가슴이 저립니다. 엄마, 죄송하고 또 죄송해요.

엄마, 지금은 아버지께 큰소리치면서 편히 잘 계시겠지요? 엄마는 충분히 큰소리칠 자격이 있어요.

오늘따라 엄마가 참 많이 그립습니다.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막내딸 미숙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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