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최근 남한 업체와 북한 단체 간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유엔 대북 제재와 상충 여부가 승인의 관건이고 통일부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승인을 해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북한 핵마사일 개발 자금줄을 끊는다는 유엔 대북 제재의 기본 취지와 상대 북한 단체가 제재 대상일 수 있다는 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통일부는 물물교환 방식의 계약 승인이 대북 제재 등 제반 조건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있으며 요건을 충족하면 긍정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가 대상 품목이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고, 현물로 지급되어 대량 현금 이전이나 금융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점,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운송이어서 차량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문제도 피해갈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한 판단이다.

물물교환은 최근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전부터 내놓은 이른바 ‘작은 교역’ 아이디어다. 2017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하자 국제사회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만들어 북한의 식용품과 농산품까지 수출 제재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술’은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유엔 대북 제재 조항을 해석하기에 따라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박사는 12일 미국의소리(VOA)방송 인터뷰에서 “2397호의 취지가 뭐냐 하면 결국 수출을 통해서 자금을 확보하고 이게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이 되느냐 이게 포인트다, 품목이 문제가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쪽에서 포괄적으로 유권해석을 할 경우엔 이의를 제기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거래 당사자인 북측 단체가 대북 제재 대상인지도 짚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박사도 VOA에 “미국의 행정명령엔 북한 내 개인이나 기관에 경제적인 혜택이 가는 모든 행위를 막는 포괄적인 제재 규정이 있기 때문에 해당 북한 단체가 핵이나 미사일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도 제재 대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주 기자